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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이근철이 본 유명인 8인의 영어 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오늘 취임식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공교육 강조로 가장 덕을 본 프로그램은 뭘까. 이달 방송 20주년을 맞아 22일 기념 행사를 가진 KBS 2FM '굿모닝 팝스'가 아닐까. 제작진은 영어 공교육 계획이 발표된 뒤 청취율이 두 배 가까이 솟구쳤다며 싱글벙글이다.

'굿모닝 팝스'의 4대 DJ이자 영어 전문가인 이근철(42)이 유명 연예인·운동 선수·사회 리더 등 각계 8인의 영어 실력 및 스타일을 분석해 IS에 공개했다.

▶도올 김용옥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억양이 영어에도 적용된다. 영어를 말할 때도 고음으로 '에~'하는 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의 고수로 말을 또박또박 잘 하는 편이다. 도올은 같은 상황이면 어려운 단어를 쓰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영화 '왕의 남자'를 영문 자막으로 번역할 때 'King's Jester'라고 했다. 'Jester'는 광대란 뜻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단어다. 'King and his man'이라고 쉽게 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문어체를 많이 접해 그런 것 같다.

▶앙드레 김

도올과 정반대다. 앙드레 김과 영어로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한국말이 영어처럼 들린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억양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영어를 오래한 사람 중에도 감각이 뒤쳐져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판타스틱 해요~"처럼 즐겨 쓰는 단어 중 형용사가 유독 많다. 마음 상태나 사물을 표현해야 하니 형용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외국인 모델에게 설명할 때도 형용사가 가장 유용할 것이다.

▶비

가수 비의 영어를 간단히 들어 봤다. 심플한 스타일의 영어로 암기력에 의존한 정해진 표현은 잘 쓴다. 미국에서 기자들이 "Does he speak English?(비가 영어를 잘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박진영이 "Not really"라고 답해 비의 미국 프로모션에 차질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영어가 중요하다. 비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가 오는 5월 개봉하면 일취월장한 그의 영어 실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히딩크

워낙 영어로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의 영어는 무척 깔끔하다.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표현을 그는 "There will be a pleasant surprise"라고 쉽게 표현한다. 굉장히 의사 전달이 심플하고 미사 여구도 적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매우 잘 뛰었다"라고 말할 때는 주저 없이 "He's a good player"라고 말한다. 히딩크는 자기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성격이며 자신의 의도가 오해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김윤진

미국 유명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한 김윤진을 봤다. 김윤진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목욕탕 문화로 접근했다. 미국에는 목욕탕 문화가 없으니 무척 신기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연극도 한 그가 한국의 문화 코드를 미국 토크쇼에 접목해 친근감을 주었다. 영어도 잘 하고, 양쪽 문화를 다 가져가는 방식이 무척 훌륭하다.

▶박찬호

말하기에 앞서 '엄~'하는 추임새가 많다. '엄' 같은 추임새가 말 전체의 10분 1은 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이겠지만 "I think~"도 상당히 많다. 초기에 영어가 잘 안 돼 고생했지만 지금은 일취월장해 동료와 사이도 좋아진 걸로 알려져 있다.

야구 선수답게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hang out(어울린다)"처럼 구어체 표현을 잘 쓰는 것은 영어가 입에 붙었음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표현을 많이 안 하지만 내심 고민이 있고 항상 심사숙고하는 스타일이다.

▶박중훈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기내에서 박중훈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을 봤다. 박중훈의 영어 실력은 상당하다. 영어를 너무 잘 하다 보니 박중훈의 캐릭터가 오히려 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음에 신경을 쓰다 보니 무게감이 살지 않았던 거다.

외운 대사라기 보다는 평소에도 회화가 되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를 구사하면 박중훈에겐 마이너스라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성룡의 경우 발음은 안 좋지만 중국풍의 영어를 일부러 살렸기 때문에 캐릭터가 산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한국 배우들이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정몽구 회장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미국 앨라바마에서 정몽구 회장의 영어 연설을 들은 적이 있다. 발음이 외국인처럼 들리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영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발음이 어떻게 들리든 개의치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한국식 영어를 자신감 있게 구사하면 현지인들은 섹시한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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