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본격 상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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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15일부터 사흘 동안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시장에선 그 이유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중국 본토 자금을 의미하는 ‘차이나 머니’의 집중 매수가 꼽혔다. A증권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외국계 중개인으로부터 중국 자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오고 있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이나 머니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차이나 머니가 주로 코스닥시장에서, 그것도 10억원 미만으로 거래된 게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9월부턴 유가증권시장에도 조금씩 들어왔지만 12월엔 대부분 되팔고 나갔다. 금감원이 집계하는 월별 해외자금 매매동향에도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차이나 머니의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1월 차이나 머니는 코스피시장에서 248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과 중동 자금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명시한 펀드가 처음 선보였다. 3조7000억원 규모로 홍콩·호주·싱가포르·인도도 투자 대상이다. 해외 투자가 허용된 중국의 적격기관투자자(QDII) 자금이 지난해 말 470억 달러에서 올해는 1200억 달러까지 늘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5년간 미국이 세계 증시에 투자한 자금이 6600억 달러인데 중국 자금은 올해에만 1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자금이 쏟아져 나온다 해도 한국이 혜택을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 시장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신흥국 시장에 넣기엔 성장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성격 때문이란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안 팀장은 “전체 투자규모에 비례해 한국 투자분도 늘겠지만, 기존 투자규모가 너무 적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다스에셋 허필석 주식운용본부장도 “중국인의 해외 투자 한도가 커지면 우선 홍콩과 인도로 몰릴 가능성이 크고 한국은 분산 투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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