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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大그룹 대출집행 늦춰-産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산업은행은 최근 10대 그룹 계열 기업들에 대한 대출 집행 시기를 차례로 늦추기 시작했다.잘 나가는 대그룹들의 워낙 왕성한 투자 자금 수요를 중심으로 올 1분기중 지난해의 3배에 이르는 1조3천5백억원의 시설 자금 대출이 나가 은 행 스스로도자금 사정이 숨가빠지자 『투자 열기를 좀 식혀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 한 쪽에서 중소기업 은행은 6일 「3월중 중소기업 생산 증가율(1년전 比)이 8.1%로 13개월 만에 최저이고,고용은 1.1% 줄어 79개월 간 연속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곧 1조~1조5천억원의 중소기업 어음할인용 자금을 만들어 집행해야 하는 중소기업은행으로서는 적잖이 앞날이 걱정되는 조사결과가 아닐 수 없다.한편,한국개발연구원(KDI )은 6일 대기업.중소기업으로 갈리는 경기 양극화 현상에 대한 정책 대응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요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자금지원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만 ▲상업어음 할인 금리를 자유화하고 ▲상호신용금고.새마을금고.신협등 중소기업을 잘 아는 지역 금융기관을 활성화시켜야한다는 내용이었다.KDI의 정책 제시는 정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정부는 이미 중소기업 어음 할인용 자금은 실세 금리로 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처럼 최근의 경기 동향은 갈수록 「양극화 속의 양극화」 현상을 두드러지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대기업 호황,중소기업 불황」이라는 양극화 속에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다시 「중화학 호황,공업 불황」으로 갈리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요즘 부문별로 나타나는 경제 동향들은 양지(陽地)냐 음지(陰地)냐에 따라 크게 엇갈리는 일이 잦고,그 때마다 경제 정책이 옳은 가닥을 잡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으나 정부는 「대책은 마련하되 구조 조정에 따른 한 계 기업의 부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산은은 당분간 대출을 억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10대 그룹 계열 기업은 이미 시설자금 대출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사업 착수 전에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착수후 설비공사의 진척 정도(기성고)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산은은 시설자금 대출 승인을 하면 사업착수 전에 「전도 지출」명목으로 전체 승인 자금의 40%를 미리 주어 왔다. 중소기업은행이 2천8백7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중소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중 중소제조업의 생산은 지난해 3월 대비 8.1% 증가하는데 그쳐 증가율이 작년 2월(7.0%)이후 가장 낮았다.이처럼 중소기업 생산 증가 세가 둔화된 것은 엔高 지속으로 부품 수입의 대일(對日)의존도가 높은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됐고 원자재 품귀와 가격 상승에 따라 종이.목재.철강등 관련업종의 생산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기업은행은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중화학 공업 생산이 기계.전기.전자.자동차부품 업종의 호조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1.1% 늘어났으나 경공업 생산은 의류.가방.신발 업종의 침체로 5.1% 늘어나는데 그쳤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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