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유산을찾아서>14.청자 辰砂彩연화문 표주박주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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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이 자랑하는 문화인프라의 하나가 워싱턴의 스미소니언센터다.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항공우주관 등 미국의 문명을 한눈에 보여주는 거대 박물관 그룹이 이 센터에 모여 있다.그중에서 미술관으로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이 프리어미술관이다.
루이스 코트여사는 기자들을 한국실로 안내하면서 몇가지 자랑(?)을 사양하지 않았다.전시실의 자연채광 방법이나 장애인의 관람편의를 위해 각 갤러리의 문을 넓게 만든 것,또 학생들의 미술사 공부를 돕기 위해 전시품과 인연이 있는 나라 의 지도를 반드시 갖춘다는 것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자랑을 뛰어넘는 것이 있다.바로 한국실에 있는 고려청자 등 도자기들이다.중국실이나 일본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한국실의 전시품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수없는 세계적 보물이라고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청자진사채 연화문 표주박형 주전자의 경우 생동하는 문양과 전체적인 구도가 거의 황금률에 가까운 비례를 보이고 있다.이런형식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른 작가정신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고 본다.연못으로 뛰어들려는 개구리의 모습이나 연꽃을 안고 있는 동자승의 모습이 생동감과 더불어 해학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볼수록 애정이 가고 떨어지기가 아쉬운 예술품이다.』 물론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트여사는 한국전통도자기들이 지닌 예술성은 그것이 시대란 간격을 극복하고 현대인에게도 예술적자극을 불러일으키는데 있다고 덧붙였다.굳이 아쉬운 점을 든다면이같은 예술작품의 미적 가치를 선양할 수 있는 학술자료들(영문판)이 서구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가까운 시일에 한국학자들과 의논해 청자파편들만 모아 전시회를 가져봤으면 합니다.한국청자가 지닌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도 중요한 전시회가 될 것입니다.』 그의 한국미술에 대한이같은 애착은 근래들어 프리어미술관이 고려불화를 비롯해 현대도예작품을 상당수 구입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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