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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英語장벽에 갇혀버렸다-정보네트워크시대 日고민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메이지(明治)유신 시대에 공용어를 영어로 정했더라면 지금과같은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美인텔社의 일본현지법인니시오카 아야오(西岡郁夫)사장의 탄식이다.전세계가 거미줄처럼 엮여진 정보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컴퓨터 통신은 물론 경제외교에까지 만국 표준어로 돼버린 「영어의 벽」에 가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근착 닛케이(日經)비즈니스誌는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언어의 장벽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일본인들이 영어 구사능력을 획기적으로제고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정보 네트워크시대에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언어의 장벽이 서구문물에 대한 콤플렉스의 차원을 넘어 현실 경제의 문제로 되고있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 美마이크로소프트社가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최후의 시장이 일본의 워드프로세서(문서작성 프로그램)시장이다.日저스트시스템社의 「一太郎」이라는 난공불락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지난 1월 발표된 一太郎의 최신판은 3개월 만에 50만개가 팔려 공전의 히트를 지속하고 있다.一太郎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그것은 가나를 한자로 바꿔주는 「ATOK」이라는 기능에 있다.그러나 ATOK 기능은 일본어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일지는 모르나 국제무대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1년에 3백40만대의 컴퓨터가 보급되는 일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1천7백만대의 컴퓨터가 팔리고 있는 미국시장은물론 전세계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는 美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싸움은 시작부터 판가름이 나있는 것이나 다름없 다.더욱이 시장규모의 차이는 소프트웨어 개발력의 격차로 확대될 수밖에 없어 일본 소프트웨어업계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영어라는 벽을 뛰어넘은 인도는 정보 네트워크 시대에 일본 보다 한발 앞서있다.
미국 컴퓨터 산업의 심장부 캘리포니아州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술자의 25%인 1만5천명이 아시아계다.이들 가운데3분의1인 5천여명이 인도인들이다.인텔社의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 펜티엄 개발팀의 책임자와 2명의 설계자 가 운데 1명도 인도사람이다.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TCS社의 티바 크리슈난사장은 『인도인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수학적인 소양에 언어의 이점이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도 건국의 조상 간디는 그의 저서에서 『인도인들이 자식들에게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조국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술회한 바있다.그러나 오늘날 인도인들은 그들을 속박했던 영어를 이용해 정보 네트워크시대의 총아로 발돋 움하고 있다. 英워위크大 수잔 스트레인지 교수는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세계 초강대국으로 남아있는 것은 달러와 영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창의력의 발휘와 스피드에 사활이 걸린 정보 네트워크 시대.이격변의 시대에 영어의 장벽 앞에서 고전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곧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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