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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교육, 코드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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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도연=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서울대 공대 학장 시절 대입 개혁과 차별화 교육 강조, 새 정부 정책 방향과 일치.

전·현직 교육 수장에 대한 요약이다. 두 사람은 모두 ‘깜짝’ 기용됐다. 김신일 전 장관은 2006년 8월 김병준 전 장관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취임 13일 만에 물러나 입각했다. 교육부를 출입하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평생 학자였던 그의 교육관이 노 정부의 평준화 교육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자립형사립고 확대, 교육시장 개방, 대학 학생선발 다양화를 주장했다. “획일적 교육 때문에 수월성도 평등성도 모두 죽었다”며 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장관을 안 했으면 돋보였을 학자였다.

김도연 장관도 유력 후보자에 문제가 있어 기용됐다는 평이 유력하다. 서울대 공대 학장을 지낸 것 외에는 별다른 교육 관련 이력이 없어 하마평도 없던 그였다. 김 장관은 며칠 전 인사청문회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장관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며 고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계속 해달라며 힘을 줘서 맡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출발선은 다르다. 김신일 전 장관은 정권 말기 청와대의 주문에 맞춰 대입 규제와 특목고 옥죄기 같은 평준화 정책에 매달렸다. 평생 쌓은 명망을 16개월간의 장관 직과 맞바꾼 셈이다. 관료들도 책임이 크다. “수능 등급제는 하늘이 두 쪽나도 바꿀 수 없다” “특목고는 사교육 주범이다” “대학이 내신 반영비율을 50%까지 높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장단을 맞췄잖은가.

반면 김 장관은 힘있는 정부의 첫 장관이다. 새 정부의 수능 등급제 폐지와 내신 반영 자율화, 영어 공교육 강화, 학교 다양화, 교직사회 개혁 방향이 그의 생각과 비슷하다. 일단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를 이끄는 데는 어려움이 적잖을 것 같다. 획일적 관치 교육에 젖어있는 공무원들을 180도 ‘자율 모드’로 바꾸고, 이해가 첨예하고 논란이 많은 교육과 과학 업무를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선언한 전교조의 반발과 법정 소송으로 번진 로스쿨 문제, 영어교육 개혁, 초·중등 업무 지방 이양, 부처 통폐합에 따른 공무원 추스르기도 만만찮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의 건강한 정책 조율이다. 현재 교육정책은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장관 따라 정권 따라 바뀌는 입시제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입시 고통을 해소하려면 대입을 자율화하고 다양한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학지사, 2006) 내용대로 정책의 뼈대를 만들었다.

이 수석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은 이 수석이, 과학은 김 장관이 맡는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김 장관이 전직 장관보다 더 청와대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키가 커서(1m89cm) 교육을 멀리 내다보라고 발탁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교육은 멀리 봐야 한다. 백년대계를 망치는데도 청와대 입맞에 맞추는 ‘예스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은 당당하고 올곧게 의견을 개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정책을 성과 위주로 서두르면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건강하지 못한 ‘교육 코드 맞추기’는 김 장관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양영유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