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 공개 … 작년 브라질 통화 투자로 돈 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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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The party is over).”

가치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회사는 보험과 투자 사업을 주로 한다. 버핏은 “올해 보험 분야의 이익이 크게 줄 것”이라며 “과도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버핏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혼란에 빠진 시장 전체를 향한 경고도 내놨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그간 벌어진) 온갖 멍청이 짓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파도가 지나가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지 드러난다”고도 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가 상승에 대한 환상을 깨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 세기 동안 주식 투자로 연평균 10%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러려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100년에 2400만 포인트가 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우지수는 현재 1만2000선에 머물고 있다.

‘투자의 신’ 다운 면모도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 추락하는 달러 대신 브라질 헤알화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1억 달러나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진 않았다. 버핏은 “미국이 불완전하지만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과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해외 투자를 늘려 가겠지만 핵심 투자대상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올해 77세인 버핏은 후계 구도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버크셔 이사회는 내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CEO)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CEO가 이미 내정됐다는 뜻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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