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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일 들여다보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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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대통령이 1일 3·1절 행사를 끝낸 뒤 취임 이후 첫 민생 행보로 경기도 김포 소재 중소기업인 (주)케이디파워를 방문,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직접 음식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첫 주말인 1일 오전 청와대는 전동 드릴 돌아가는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가장 효율적인 사무실 구조를 갖추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말을 이용한 사무실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방을 없애 행정관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하고, 직원들 사이에 높이 쳐있던 칸막이를 대폭 낮추는 공사가 진행됐다.

각종 회의가 열리고 대통령실장 집무실이 있는 여민 1관 건물에도 공사가 이뤄졌다. 회의 참석 때문에 종종 이곳을 찾는 대통령을 위한 집무실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내 집무실은 따로 있는데 비서들의 건물에까지 내 방을 둘 필요가 뭐 있느냐”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實用)’이라는 이름 아래 겪고 있는 청와대 변화의 모습들이다.

현장 중심

청와대에선 3일 열리는 새 정부 첫 국무회의를 위해서 기존의 딱딱한 나무 의자를 이동이 가능한 기능성 철제의자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하드웨어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온 순서대로 적당히 앉은 자유좌석제가 실시됐다. 엄격한 서열에 따라 정해진 자리에 앉던 전통적인 청와대 회의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급기야 29일 확대 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은 비서관들로부터 직접 보고받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비서관에게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하겠다” “비서관들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필요하면 직접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행정관→비서관→수석비서관→(대통령실장)→대통령 식의 보고 체계는 과감히 생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부속실이 권한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하기 위해 경호가 필요한 것이지 경호하기 위한 경호가 아니다”며 청와대 내 ‘작은 권부(權府)’로 통하는 부속·경호 부서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현장 중심의 업무 처리는 일주일 내내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니는 화두였다. 이 대통령은 기회마다 현장을 강조하며 가급적 현장에서 보고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격식 파괴

‘국민 섬김’을 모토로 한 ‘이명박표’ 격식 파괴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1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9주년 3·1절 기념식. 과거 행사 때와는 여러 가지로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통상 기념식장에서 대통령이 등장할 때 나오는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진행자의 안내 멘트는 생략됐다. 이 대통령 부부는 독립유공자들과 나란히 단상에 입장했고,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쳤다.

단상의 모습도 달라졌다. 과거 대통령 부부 앞에 놓였던 전용 탁자가 사라졌다. 맨 앞자리에 따로 앉던 관행을 없애고 다른 참석자들과 같은 선상에 의자가 배치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훈·포장을 주면서 수상자가 관객석을 바라보도록 서게 하고 자신은 관객들에게 뒤통수를 보이는 방향으로 섰다.

지난달 28일 학군사관학교(ROTC) 제46기 임관식에서는 단상 위 좌석 수가 과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단하의 임관장교와 학부모도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됐다. 대통령은 이날 치사를 한 뒤 연병장으로 내려와 임관장교 및 학부모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대통령이 ROTC 임관식에서 임관장교들과 악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 대통령이 학부모들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바람에 차량까지 약 150m를 이동하는 데 무려 15분이나 걸려 경호팀을 긴장케 했다는 후문이다.

27일 오후에 대통령은 예고 없이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도 찾았다. 이날 이뤄진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도 의전상 ‘파격’이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현직 대통령이 직접 빈소에 조문을 간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 호칭에도 변화가 있었다. 공식문서에 등장하는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에서 ‘님’자를 빼기로 했다.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이 98년 ‘대통령님’으로 바뀐 뒤 10년 만에 존칭이 완전히 사라졌다.
 
혼란…강행군

27일 이 대통령을 수행해 춘추관을 방문한 임재현 수행비서 등 상당수 보좌진의 가슴에는 ‘방문’이라는 임시 표찰이 달려 있다. 5년 만에 새로운 구성원들을 받아들인 청와대도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일부 장관 후보자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낙마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강행군은 계속됐다.

공식 휴일인 1일에도 대통령은 오전 8시에 모든 수석 비서관들을 부부동반으로 ‘집합’시켜 임명장을 주고 조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아침 8시에 임명장 주는 것은 아마 역대 가장 빠른 게 아닌가 싶다”면서 “기록은 깨기 위해 있고, 그래야 발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3·1절 행사 참석과 김포의 한 중소기업을 찾는 현장 방문을 이어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일요일인 2일에도 오전 9시에 류우익 대통령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다. 청와대는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만 쉬고 나머지 6일은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취임식이 있던 25일에 대통령은 모두 15가지의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날에는 8개국 대표들을 연쇄적으로 만난 뒤 밤에는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처리를 놓고 오전 1시까지 대책회의를 열었다. 다음날 오전 7시30분 청와대에서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청 조찬회담이 열려 남주홍·박은경 장관 후보자의 퇴진이 결정됐다. 너무 바쁘고 변화가 많은 새 청와대의 일주일이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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