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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추천>12일간의 유럽기차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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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3시간여 여행끝에 도착한 신사의 나라 영국.여행사를 운영한지 올해로 벌써 30년.영국만 해도 그동안 수없이 많이 다녀왔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새롭게 개통된 유러스타를 이용해 영불해저터널을 건넌 다음 제네바에서 로마까지 테제베 (TGV)를타는 것이었다.
지하철과 버스로 잘 연결돼 있는 시내 국회의사당.런던탑.대영박물관.버킹엄궁등 봄이 무르익는 런던의 관광명소를 둘러보고는 워터루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과학의 발달은 지구를 1일 생활권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이제 영국에서 프랑스까지는 비행기나 선박이 아닌 기차로 해저터널을 이용해 3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유러스타의 노란색 TGV가 서서히 철로 위를 미끄러져 나가 해저터널과 프랑스의 전원(田園)을 시속 3백㎞로 달려 파리북역까지 단숨에 도착했을 때 실로 인간능력의 무한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예술과 패션의 나라,그리고 영화와 향수의 나라 프랑스. 「모파상은 왜 그렇게도 에펠탑을 싫어했을까」하는 의문을 간직하며 루브르박물관.노트르담사원.콩코르드광장.개선문.샹젤리제거리 등을 돌아보는 동안 파리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노을이 비껴지나가는 센강.시테섬으로 돌아오는 유람선에서 바라다보이는 센강변은 연인들의 천국으로 늙은 배가본드의 마음을30년전의 젊은 시절로 되돌리며 추억에 잠기게 한다.
파리 리옹역에서 제네바까지는 TGV를 이용해 약 3시간30분이 소요된다.그렇게 빠른 속도인데도 불구하고 미동도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스위스의 루체른과 인터라켄,그리고 융프라우를 뒤로 하며 로마까지 12일간의 기차여행은 평소 비행기 위주의 여행을 했던 나에게는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다.
정운식〈鄭雲湜.서울항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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