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高와세계화전략>4.끝 日엔高대책의 교훈-업계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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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러 나라들이 엔高를 놓고 일제히 일본을 공격할때 일본의 政.官.財界 인사들은 똘똘 뭉치면서 나름의 대책을 세운다. 엔화강세에다 정치상황마저 어수선해 일본 경제가 곧 결딴이라도 날것같지만 그들은 몇년후를 내다 보는 전략을 세운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무엇인가를 분야별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22일 일본조선공업회의 고다 시게루(合田茂)회장은 연말 기자회견에서 『선박가격이 떨어져 이제는 코스트다운 노력으로는 통하지 않는다.이대로 가면 95년이후 조선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엔高에 따른 일본기업들 의 위기의식을 대표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4개월이 지난 올 4월26일 日本經濟新聞은 1면 머리기사로 이시가와지마하리마(石川島播磨)중공업과 스미토모(住友)중공업이 올 가을께 방위산업부문을 통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냉전종식이후방위산업 예산이 줄고 있는데다 엔고에 따라 한국 과의 경쟁력에서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미쓰비시(三菱)중공업.히타치(日立)조선.미쓰이(三井)조선등 일본의 대표적인 3社도 엔고에 살아남기 위한 재편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엔고 한파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기업의 노력 앞에 근로자의 목소리도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3월14일 올해 일본기업들의 임금협상방향을 가늠하는 최대 노조집단인 철강노련의 춘투(春鬪)가 시작됐다.그러나 더 준다는 얘기도 없고 더 달라는 얘기도 없이 임금은 전년수준에서 타협됐다.도대체 금년은 춘투라는 말이 신문에 잘 등장하지 않고있다.「상호 低자세의 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이같은 분위기는 일본 최대철강회사인 新日鐵의 간이조사보고가 잘 설명하고 있다. 『달러당 80엔대가 되면 지금까지 해온 인원감축등 합리화추진효과는 반감되고 만다.다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노조가잘 도와주고 있고,마침 라이벌인 한국포항제철이 인건비 인상등으로 생산코스트가 15%나 오른 점이다.』 자동차업계는 엔고대책으로 상대기업의 상품명으로 생산하는 OEM방식을 적극 채택하고있다.도요타는 그룹내에서 생산.개발을 분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닛산(日産)자동차는 5월부터 이스즈자동차와 트럭교환을 개시한다.엔진.미션등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해외메이커들과 OEM공급망이 확대되고 있다.수출이 줄고 해외생산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한 공동협력이라 할 수 있다.
전자분야에선 외국산 컬러TV.복사기.전자레인지.비디오등 전자제품이 과거 수출전성기와는 정반대의 가파른 커브를 그리며 일본으로 들어오고 있다.지난해에는 수입이 과거 최고인 55%의 신장률을 보였으며 올해도 신장세는 계속되고 있다.이 제 일본전자업체들은 「非가격경쟁력을 가진 고부가가치제품」이 아니면 견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단련.경제동우회 일경련.상공회의소등 경제4단체는 수십개의 심의회와 연구회를 통해 매일 1건이상의 정책제언보고서를 내고 있다.업계단체장들은 연일 대장성.통산성에 출근,설득과 설득당하기를 반복하며 정부와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요 즘들어 정부에 대한 실망도가 높아진게 사실이지만 협력은 꾸준히 잘되고 있다. 「엔고타격」「산업공동화(空洞化)」등 위기상황을 지적하는 말들이 나오면 체질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뭉치고 협력하는일본기업들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 있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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