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관람에도 예의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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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공연을 보러 간 당신.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금 아무 것도 없던 손수건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오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혹시 신기하게 튀어나온 비둘기보다는 그 비둘기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마도 마술사의 공연보다는 마술의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은 마술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마술을 보는 데에도 갖춰야 할 태도가 있다. 마술 관람을 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여섯 가지 예절.

1. 마술사는 신이 아니다

한 가지 마술을 하는 걸리는 시간은 몇초에 불과하다. 몇초만에 동전이 뒤집히고, 막대기가 손수건으로 바뀌고,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은 몇분, 아니 몇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마술사는 마술을 하는 장소도 미리 사전 답사를 한다. 아무데서나 마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술사는 항상 모든 게 갖춰진 상황에서 준비된 마술을 선보인다.

2. 본인이 이미 알고 있는 마술이라고 해서 아는 척 하지 마라.

누군가가 마술을 보여줄 때, ‘나 저 마술 알아’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마술 공연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큰 무대에서 행해지는 마술 공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공연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는 옆 사람을 위해서라도 아는 척은 하지 말자.

3. 마술사는 도구가 아니다

마술은 마술사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봐주는 관객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마술사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마술은 ‘저 사람은 마술을 할 수 있다’라고 추천한 사람의 요구로 하는 마술이다.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분위기를 띄워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즉석에서 요청하는 것은 실례다.

4. 친한 사이라고 해서 마술사의 도구를 허락 없이 만지지 마라.

마술사의 도구 하나하나에도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앞면이 카드라면 뒷면은 그냥 흰 종이인 것처럼. 마술사와 친한 사이라고 해서 마술사의 도구를 함부로 만지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마술사의 도구를 만지는 것은 마술사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5. 마술이 끝날 때까지 마술사에게 말을 걸지 마라.

마술 공연에도 흐름이 있다. 누군가가 마술사에게 말을 시켜 그 흐름이 끊기면, 공연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처음부터 관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하면서 하는 마술이라면 상관 없다. 만약 마술사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물어볼 경우는 당연히 대답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마술사에게 말을 거는 것은 공연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행위다. 혹시 마술 공연을 볼 때,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마술사는 단순히 음악이 흐르는 상태에서 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에 모든 동작을 맞추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마술을 끝낸다. 음악과 함께 흐르는 마술 공연. 마술의 흐름에, 마술사의 유연한 손동작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보자.

6. 관객의 반응이 마술 공연의 성패를 좌우한다.

마술사는 만족스런 공연을 위해 적어도 6개월은 연습한다. 그래야 비로소 마술이 마술사의 손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관객의 호응도에 따라 공연의 성패가 달려 있다. 관객의 반응이 좋으면 마술사는 흥이 나서 성공적인 마술 공연을 보여준다. 일단 마술사와 관객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친밀도가 높아지면 감동도 그만큼 커진다.

하지만 마술사를 향한 관객들의 눈은 항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마술의 해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금해 한다.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호기심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마술 공연을 볼 때, 관객들은 마술사가 어떻게 자신을 속이는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한편 마술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속일까’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술은 하나의 공연일 뿐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서로 행복해하는 놀이로 즐기는 문화다.

제리매직엔터테인먼트 대표 함정균 마술사는 “마술은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공연이자 정형화된 쇼”라며 “마술은 다른 공연과 보여주는 형태가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왠지 원하는 일이 전부 다 이루어질 것 같고 바라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줄 것 같은 마술. 이제는 마술의 해법을 알려고 하기 보다, 마술 공연 그 자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송유진 대학생 인턴기자 (서울여대 언론영상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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