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맛 도시락 옛말 전화한통이면 야간학습 고교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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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고교생들의 도시락 문화가 바뀌고 있다.
2~3개씩의 도시락을 「짊어지고」등교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주문 도시락」의 등장 때문이다.
『아줌마,3학년1반에 「카레 도시락」5개,「김치 도시락」5개갖다 주세요.』전화 한 통이면 교실까지 도시락이 배달된다.
서울강남구삼성동 경기고 정.후문에는 각각 한군데의 도시락 가게가 성업중이다.이들 가게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경기고 2,3학년 학생들에게 하루평균 1백50~2백개의 도시락을 배달한다. 가격은 보통 1천3백~2천4백원정도지만 3천원짜리도 있다.
메뉴는 20여가지로 「햄버거」「돈까스」「카레」「피자」등 신세대들이 즐겨찾는 외국음식이 대부분이다.물론 「짜장면」「김치찌개」「콩나물 밥」등 우리 고유의 음식도 주문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주문 도시락을 찾는 이유는 책과 참고서만으로도 무거운 가방에 도시락을 넣지않아도 되기때문이다.
또 집에서는 어머니들이 매일 매일 반찬 걱정을 덜 수 있는데다 도시락 자체가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종로구 경복고 어머니들은 아예 단체로 아들들의 주문 도시락 가게를 지정해두고 있다.학교에서 좀떨어진 세종문화회관 근처 H,M 도시락 가게와 계약을 맺고 영양가를 따져 한달 단위로 직접 메뉴를 선정한다.
이들 도시락 가게는 어머니들의 까다로운 「품질심사」를 통과해야만 도시락을 공급할 수 있다.하루 평균 2백여개의 도시락을 학교에 배달하고 도시락 쓰레기는 직접 수거해 간다.
경기고 이유식(李裕植.50)교사는 학생들이 주문 도시락을 먹는 것을 보면 꽁보리밥에 반찬이 김치뿐이지만 어머니의 정이 가득 배인 도시락을 먹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다.
〈金秀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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