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꿀벌 上.춤으로 먹이위치 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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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 마리의 일벌이 자신의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다른 꿀벌들이 그 뒤를 따라 돈다.이때 이들은 수직으로 세워진 벌집위에서 납작하게 눌려진 모양의 8자를 그린다.이것은 그동안 동물행동학사 가운데 가장 큰 업적 으로 남아 있는 꿀벌의 언어다.
이 언어는 먹이가 위치한 방향과 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원형춤은 집의 근처에 먹이가 있다는 의미를 갖고 이보다 좀더 복잡한 꼬리춤, 즉 8자춤은 먹이가 있는 위치가 좀더 멀 경우 방향과 거리를 전달해준다.
벌들은 이런 정보외에도 더 많은 언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에 의해 밝혀지게 되었다.벌집(벌통)이 어둡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벌들은 이 춤들을 이해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곤충에 있어서 냄새에 의한 신호전달은 일반화돼 있다.벌들의사회에서도 냄새신호는 아주 중요하다.무엇보다 여왕벌이 생산하는화학 물질은 벌의 사회를 이루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모형벌을 만들어 이 냄새신호도 벌의 언어에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즉 춤추는 벌에서 나오는 냄새는 지금 꿀을 모으기 위해 이 춤벌의 뒤를 따라 도는 일벌들에게 꿀의 맛과 질, 그리고 풍부함 정도의 정보를 알려준다.
꿀벌은 꼬리춤을 출때 아주 시끄럽다.그리고 벌들은 결코 귀머거리가 아니다.그들은 소리를 감지하는 기관을 갖고 있다.그러나사람이 2만㎐까지 듣는 반면 벌들은 5백㎐이하의 매우 낮은 음만을 들을 수 있다.벌들은 정확히 이러한 소리를 낸다.지금까지동물학자들은 벌춤을 항상 투명한 유리로 된 벌통에서 관찰해왔기때문에 이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놀라운 사실은 만일 한마리의벌에게 날개 진동음을 내지 못하게 하면 그는 자신의 동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꿀벌의 음성학적 의사전달을 실험하기 위해 컴퓨터로 조종이 가능한 미니 로봇 벌을 만들었다.이 미니 로봇은 한마리의 꿀벌을연상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지만 냄새연구를 위해 만든 가짜 모형벌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어졌다.이 로봇 벌은 마치 벌통에서 진짜 일벌처럼 춤추고 소리를 냈다.로봇 벌에서 나온 정보를 받은 일벌들은 먹이여행을 떠나는 것이다.이 로봇 벌의 유인신호에 따라 일벌들은 어두운 벌통에서 어느 방향,어느 정도의거리에 먹이가 있는지를 정확히 전 달받는다.이 미니 로봇 벌을이용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사는 토종 꿀벌은 먹이의 위치가 3m 이상일 때 꼬리춤을 추지만 양봉은 60m 이상일 때 꼬리춤을 추는 것으로 확인됐다.먹이가 가까이 있다는 의미를가진 원형춤도 토종벌은 3m 이내에서 추고 양봉은 60m 이내에서 춘다.
이 로봇 벌이 춤을 멈추고 일벌들에게 먹이를 시식하게 하면(원래는 춤벌이 시식물을 제공한다)이 일벌들은 떼지어 날아오른다.꿀벌의 춤은 동물 최고의 상징언어로 인간사회의 언어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朴是龍(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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