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한나라 … 장관 인선 ‘공개적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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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도덕성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새 정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과 청와대 수석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기류가 심상찮다.

당초 ‘청문회에서의 철저 검증’이란 당 차원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26일에는 ‘공개적 비판’이 이어졌다. 당·청 갈등 기류마저 감지됐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각료와 수석의 ‘용퇴론’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내부 책임론’까지 이어질 기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 1∼2명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27일께 가시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비판론이 높아 가는 것은 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고조된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 인사를 놓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신조어가 시중에 회자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각료 후보자가 불법 투기를 해도 무조건 다 찬성이란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대통령께선 불도저 식으로 밀어서 토목공사 하듯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후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 여야가 뜻을 같이해 ‘불가’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무조건 비호하지 않고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았다. 지난해 경선에 나섰던 원희룡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은 부글부글 열이 끓고 있다. 민심이 아주 험악하다”며 “(장관 후보자 중) 몇 분이 낙마하더라도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후보자가) ‘땅을 사랑한다’든지, ‘30억원을 모은 건 양반이다’라는 등 서민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을 하기 때문에 참 난감하다”고 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은 이날 밤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엄청난 하자가 있다. 국민이 도저히 못 받아들일 인사”라며 “한나라당이 제대로 지적을 해 바로잡아야 하는데 왜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나. 과거 열린우리당이 여당일 때보다 못한 것 아니냐”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수도권 출신의 한 의원도 “일부 측근에 의한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측근들의 내부 갈등이 책임론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일단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면서 청문회의 검증 과정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이날 인사차 의원회관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찾았다. 류 실장은 이날 강재섭 대표는 예방하지 않고 한나라당에선 박 전 대표만 만났다. 당 안팎에선 류 실장의 방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친박계’ 단속의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이 거부키로 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의결 정족수를 채워 실시키로 했다. 당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문제를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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