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MB외교에 불안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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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국계 신문인 문회보가 25일 이명박 정부의 향후 대중 외교에서 깊이 새겨들을 만한 기사를 하나 실었다. 심층 취재란에 등장한 이 기사의 제목은 ‘이명박 747 야망의 성패는 중국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가 향후 10년 내에 연평균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실현하겠다고 정한 목표는 중국의 도움 없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골자였다. 외신을 인용한 기사는 그 근거로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란 점을 내세웠다. 한국의 2, 3위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가 좋지 않아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가 외교적으로 중국과 엇박자를 내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니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도 취임 전부터 누누이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도 왜 이런 기사가 그의 취임식 날 크게 보도됐을까.

지난해 8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그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외교정책은 중국보다 미국과 일본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서둘러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을 한국에 보내 한·중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임명과 조각 과정에서 다시 중국 정부의 우려가 깊어졌다. 청와대 수석 등 정부 핵심 포스트에는 중국통이 전무한 데다 핵심 외교라인은 모두 미국과 일본 전문가로 채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문회보 기사의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한 중국인 외교 전문가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고위 관리 중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얼마냐 되느냐”며 한국 정부의 소홀한 대중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외교라인마저 중국을 외면하는 듯하게 비춰지자 문회보는 이 점이 신 정부의 대중 외교에서 우환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최형규 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