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내기를 知의 세계로] 1. 예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넓디넓은 지(知)의 바다에서 필독서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을 지식의 세계로 끌어들일 '맛보기'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문화 연구 공간 '수유+너머'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대학 새내기들에게 권하는 책들은 가지런히 정리된 지식보다는 지적 자극을 주는 것들이다. 예술.역사.과학.철학.문학.정치사회.교양 분야로 나눠 5권씩 소개한다.

수유+너머는 예술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내놓으면서 덧붙인 소개 글에서 예술을 용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표현했다. 그 용기를 우리 새내기들 모두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여기 소개하는 5권만 읽어도 예술의 세계와 그 세계에서 고민하는 예술인의 정신을 두루 살필 수 있게 된다. 책들은 우리 것에서 남의 것까지, 그리고 한반도에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폭넓게 건드린다.

공부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는 새내기들을 새내기답게 만드는 것은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이다. 이동주 선생의 '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시공사)에서는 그런 생각과 행동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주라면, 주어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본령인 정치학보다 한국 전통 미술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 아닌가.

미술 작품 감상의 핵심은 작품 그 자체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지만 작품 해석에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폭넓고 균형 잡힌 시야가 필요하다. 정치학 분야의 연구가 예술 감상의 깊이를 어떤 식으로 더하는지를 이 책에서 깨달을 수 있다. 삼국시대 고분벽화에서 고려 불화, 조선 회화 등의 원색 도판을 이용해 필묵.채색 등 회화 이론까지 살피고 있어 이 한권이면 우리 미술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데는 충분하다.

반면에 어떤 작품을 보고 '이것도 미술인가!' 라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면 미국 휴스턴 대학의 신시아 프리랜드 교수의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아트북스)가 도움이 되겠다. 평범한 눈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현대 작품들을 열거하면서 그 작품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예술 이론들을 쉽게 소개한 책이다.

프로말린에 담아 놓은 죽은 상어와 토막난 어린 양(데이안 허스트), 코끼리 똥으로 만든 '성모 마리아'(크리스 오필리) 등 엽기적인 작품들도 지극히 평범한 미술일 뿐이다. 이런 '비예술적인' 작품이 현대미술로 받아들여지게 된 배경 등을 다룬다.

음악평론가 신현준의 '신현준의 월드 뮤직 속으로'(웅진닷컴)는 세계 음악의 화두가 된 월드 뮤직 전반을 훑은 책이다.

월드 뮤직이란 대체 어떤 음악인가. 신현준씨에 따르면,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제3세계의 현대적 민속음악을 일컫는다.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된 전통음악이되, 상업적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은 민속적 성격이 강한 음악이다.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은 영미권 음악을 편식해온 데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다원적인 문화 소비라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창조적인 글쓰기와 현대 미학에 관심이 많다면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1.2권,휴머니스트)부터 잡는 게 무난하겠다. 가상과 현실이라는 키워드로 미학사를 다루고,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바탕으로 예술가의 미학, 작품 미학 등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한다.

어느 자리에서 지은이는 '미학'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내 책을 보고 전공을 선택했다가 속았다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철학'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죠."

04학번 새내기에게 영상을 빼놓을 수 있을까.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봉인된 시간'(분도출판사)은 '희생''향수''잠입자' 등으로 잘 알려진 저자의 영화 미학을 밝힌 산문집이다. 아울러 인간이 표현하는 모든 예술양식에 대한 고찰이며,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한 예술가의 치열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 정도 독파하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고 표현하겠다는 욕망이 일지 않을까.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