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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시네마 키드 꿈을 이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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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조엘 코언(左)·이선 코언 형제 감독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각색상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노인을…’는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마침내 코언 형제의 천재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5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엘 코언(54)·이선 코언(51) 형제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작품상·감독상·각색상을 받았다. 이들은 그간 작품상 후보에만 여섯 번 오르는 등 수차례 오스카 트로피를 노렸으나, 수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1996년 ‘파고’로 각본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도 받아 노른자위 4개 부문을 석권했다.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남우주연상과 촬영상 수상에 그쳤다.

이날 코언 형제의 수상 소감은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것 못지않게 매우 담담했다. “우리는 꼬마였을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때 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조엘), “아까 (각색상 받았을 때) 했던 소감에 별로 덧붙일 말이 없다.”(이선) 지난해 여섯 번째 도전 끝에 감독상을 탄 마틴 스코세이지가 “생큐”를 10번 이상 되풀이하며 감격에 겨워 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다소 시큰둥했던 이들의 반응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코언 형제에 대한 아카데미의 ‘공인’은 사실 늦은 감이 많다. 이들은 84년 ‘분노의 저격자’로 데뷔한 이후 일찌감치 영화천재로 불렸다. 내놓은 작품 거의 모두 평단과 관객의 열광을 독차지했다. 콧대 높은 칸영화제는 91년 ‘바톤 핑크’에 황금종려상을, 96년 ‘파고’와 2001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 감독상을 바치며 이들의 개성을 상찬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이 장인(匠人)형제의 기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로 꼽혔으며, “앨프리드 히치콕도 결코 만들지 못한 최고의 서스펜스”(영화평론가 데이비드 스트래톤)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작가·배우·제작자 3개 조합상도 휩쓸었다. 그간 작가주의 영화보다 선과 악의 구분이 뚜렷한 대중적 작품을 선호하던 아카데미도 결국 이런 대세를 거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언 형제는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한다. 스릴러·드라마·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누빈다. 어떤 장르를 택하건 해당 장르를 충분히 숙지한 후 자신들만의 비틀기를 시도하는 재능이 일품이다. 미국 영화 정보사이트 IMDB에 따르면 이들은 지금까지 각종 영화제에서 61차례나 수상했다. 기선민 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퓰리처상 수상작가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제목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왔다. 한 카우보이가 총격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후 킬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돈가방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그리고 이들을 좇는 보안관의 냉혹하고도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우리가 만든 영화 중 가장 폭력적”이라는 게 코언 형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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