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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가스 유형 테러 왜 생기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두차례에 걸친 유독가스 살포사건으로 일본열도 전체가 뒤숭숭하다.학부모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자녀를 새벽에 등교시키는 등 초긴장 상황에서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빌딩 폭탄테러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일본 식자층(識者層 )에선 도대체 왜 이런 세기말적(世紀末的)현상이 잇따르는가에 대한 분석작업이 한창이다.
일본 독가스사건은 우선 범죄유형부터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이렇다할 목표물도 없이 「아무나 죽어라」는 식이다.과거 일본 적군파(赤軍派)테러리스트처럼 범행과 동시에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세상에 공표하지도 않는다.범행목적을 굳이 추측 하자면 사회의 기본가치 또는 문명세계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라고나 할까.가위 세기말적 범죄라고 할 수밖에 없다.
21일자 아사히(朝日)신문 사설은 도쿄(東京)지하철역 사린가스사건과 요코하마(橫濱)JR驛 怪가스사건을 『사회의 빈틈에 잠복해 있는 공허감(空虛感)을 겨냥한 독화살』로 비유했다.
쓰쿠바(筑波)대학 오다 스스무(小田 晋)교수(사회의학)는 『지하철 가스살포.경찰총수 저격같은 범죄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에 익숙한 범인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마치 한바탕 비디오 게임을 해치우듯 저지른 것같 다』고 보았다. 오다교수는 이러한 유형의 범죄는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것을 노린다는 점에서 「극장범죄」라고명명했다.
플라톤의 유명한 「극장의 우상(偶像)」을 원용한 용어로,극단적으로 말해 매스컴을 통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지 못하면 범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젊은 세대는 「新인류」인 TV세대와 「新新인류」인 PC(개인용컴퓨터)세대를 거쳐 최근에는 「제3新인류」인 VR(가상현실)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과학과 신비주의를 결합시킨 오움진리敎같은 신흥종교가젊은층을 파고들어 「망상(妄想)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반사회적 행위도 마다않게 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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