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아시나요>서울 창신동 紫芝洞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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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창신동 낙산(駱山)줄기 원각사 옆에 위치한 자지동천(紫芝洞泉)은 한복 자주고름의 유래가 된 유서 깊은 서울의 명소다.
자지동천은 강원도영월 청령포에서 귀양살이하는 단종을 애절하게그리워한 단종왕비 송대비(정순왕후)의 사연이 깃든 곳이다.
단종이 귀양간 뒤 대궐에서 나온 송대비는 불가에 입문,청룡사에서 불도를 닦으며 은둔생활을 했는데 무명을 짜 시장에 내다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송대비는 우연히 청룡사에서 3백m 떨어진 화강암 바위밑 고인 물에 무명을 빨았는데 무명에 자줏물이 드는 것을 발견했다.
자줏물이 든 무명은 비싸게 팔렸다.여염집 아낙네들이 가위로 조금씩 자른 무명을 구입해 댕기.저고리 깃.고름.끝동 등에 장식하는데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이것이 자지동천의 유래다.
당시 자줏물이 든 무명을 널어 말리던 자지동천의 화강암 바위에는 현재 한자로 자지동천이라고 새겨져 있다.자지는 자줏빛을 띠는 식물의 이름이다.
한편 청룡사의 역사를 담은 『청룡사사지』에 이 바위를 「자주바위」,바위 밑에 있는 샘물을 「자주우물」,마을 이름도 「자줏골」과 「자주동」으로 표기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일반인들에게는자주동천으로 통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자 지동천 발굴에참여했던 송순혁(宋順赫.64)지구환경보전운동회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자지동천 바위 밑 틈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으며 인근 청룡사 맞은 편에는 송대비가 단종의 건강을 축수했던 동망봉(東望峰)등 단종애사에 얽힌 명소가 산재하고 있다.
자지동천은 지난해 7월 서울시 문화재과가 유적 129호로 지정하고 화강암 지표석을 세워 이곳의 유래를 일반인도 쉽게 알아보게 했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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