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청담동 미용실’ 2∼3시간이면 결혼설 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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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의 결혼설이 돌았던 톱 탤런트 A양은 결혼식 올림 머리를 B미용실에서 했다. 이혼한 톱스타 C양은 절친했던 D 미용실 원장의 주선으로 재벌남으로 알려진 E군과 소개팅을 했지만, E군이 바람둥이에 사기꾼인 것을 알게 된 후 미용실 원장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F군과 G양의 열애설은 두 사람이 미용실에 다정히 함께 오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유명인들의 미용실 이용이 잦아지면서 미용실은 단지 아름다움만을 가꾸는 곳에서 벗어나 연예계의 뒷담화가 솔솔 풍겨 나오는 '소문 제조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거기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들이 '카더라' 통신으로, 또는 확인 작업을 거쳐 기사화되면서 미용실이 상당히 근거 있는 소문의 취재 장소라는 인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용실이 '소문 제조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뭘까. 일단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평균 2~3시간 동안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으며 디자이너들과 1대1로 친분을 갖게 된다는 점에 있다. 매일매일 자신을 담당하는 그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고민거리 등 속 깊은 대화가 오고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에 대해 한 헤어디자이너는 "항상 화장으로 자신을 감췄던 유명인이라도 미용실만큼은 맨 얼굴로 찾게 된다. 그런 만큼 상대방에게 좀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연예인뿐 아니라 정계 쪽 사람들도 오기 때문에 미용실 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걸 가볍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측근이 봤는데 자기가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용실들은 하나 같이 소문을 조심해 하는 추세다. 소문에 민감한 유명인들이 소문의 근원지로 낙인(?)찍힌 미용실에 다닐 이유가 없는 데다, 서로의 비밀은 철저히 지켜주겠다는 '패밀리즘'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에 위치한 미용실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미용실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일반적인 가십거리들이 미용실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장됐다"며 "요즘은 '미용실 동창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신뢰와 의리를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억울함을 털어놨다.

제니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그런 가능성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요즘은 미용실 자체로 '조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소문 제조방의 오명을 벗기 위한 미용실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이현 JES기자 [tanaka@joongang.co.kr]
구민정 JES기자 [jyc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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