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석학 스칼라피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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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석학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19일 비록 공식적인 최고직위를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북한 김정일(金正日)은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으며,북한은 주민들에게 발생할 정치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형 경 수로 수용을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다음은 19일 내한한 스칼라피노 교수와가진 회견 내용.
-북한은 현재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협상과정에서 몇가지 조정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이 경수로 공급과 재정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만은절대 바뀔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형이나 일본형 경수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수로 공급을 둘러싼 모든 협정은 韓.美.日 3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바탕 위에서 이뤄진 것이다.어떤 경우라도 서울이 협상주역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측의 저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식적인 북한의 입장은 한국형이 기술적으로 최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체제유지에 대한 위협이 근본이유일 것이다.현재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사후 국가의 기반을 재확립하려는 시기에 있다.더욱이 남북한의 관계가 아 직 정상화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핵심적인 부문의 하이테크를 한국으로부터 받아들일 경우 북한 주민에게 큰 정치적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해 10월 제네바 합의문에「한국형 경수로」임을 명시하지않았던 것은 미국측의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의「강경파」때문이라는 일부의 분석에 동의하는가.
▲기본적 정보 부족으로 인해 북한정치를 분석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북한내 권력핵심부가 항상 모든 사안에 대해 통일된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어떤 그룹이 소위「강경파」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북한은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과 맞물려 권력을 담당하는 세대 전체가 바뀌는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김정일이 아직 공식적으로 국가 주석으로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정일이 공식적인 최고 직위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절대 도전받을 수 없는 최고 권력을 누리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문제는 「언제인가」하는 것인데 그것이 내부 단결을 보다공고히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지 혹은 전통적 인 상중(喪中)에 있기 때문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평양에 대해 아직 외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에 대해 「제한적인」(limited)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정치.경제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있음은 분명하다.내 견해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국내 사정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러시아는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핵.무역협상을 둘러싸고 서울~워싱턴간 관계가 경직되고있는 느낌이다.양국관계가 새로이 정립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양국관계가 현재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현재 우리는 협조와 이견(異見)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중요한 것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경신등의 문제와 관련,이 문제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반면 한국은 국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양국관계는 공고하다.
-워싱턴과 평양간 외교적 승인이 결국 한반도 통일을 지연시킬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동의할 수 없다.독일의 예를 볼 때 양국의 국제적인 승인이독일통일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오히려 해당 국가의내부 변화를 촉진했을 뿐이다.
-워싱턴과 평양간 관계가 충분히 정상화한이후 상황전개는 어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크게 나눠보면 제재.압력등을 사용한 봉쇄위주의 전략을 취할 것인가,아니면 주변지역과 교류를 늘리는 쪽으로 유도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후자(後者)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북한-미국의 관계도 현재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와 유사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러나 동시에 남북한간의 긴장관계 해소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朴長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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