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終戰기념일 "새억압.분단시작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945년 5월8일은 독일국민들에게 있어 나치의 공포지배로부터 해방인 동시에 독일인에 대한 강제추방,동독지역에서의 새로운억압,그리고 분단의 시작을 의미한다. 독일 보수우익주의자들이 망각에 반대해서 라는 제목으로 제2차대전 종전기념일 5월8일에대한 새로운 역사해석을 요구하고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보수우익주의자들이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紙에 위와 같은 내용과 이에 동조하는 2백96명의 명단을실은 5단 크기의 광고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광고문에서 이들은 『5월8일은 우리들 모두에게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가장 모호한 패러독스로 남아 있다』며 나치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일방적 해석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민족은 나치 항복일인 이날 구제됐지만,바로 이날 독일에대한 말살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명자들 중에는 집권 기민-기사당 명예의장 알프레트 드레거를비롯해 카를 디터 슈프랑거 연방개발지원장관(기사당),페터 가우바일러 기사당 뮌헨지부장,알렉산더 폰 슈탈 前검찰총장(자민당)등 고위정치인과 軍장성.저명학자.보수공화주의자들 이 포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처럼 독일 집권연정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서명한 역사재평가문제에 대해 야당인 사민당을 비롯한 각계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사민당은 성명에서 『일부 보수우익계의 이같은 사고방식은 지성적 정직성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주의의 기초를 뒤흔들고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부추기는 극단주의』라고 비판했다.
사민당은 헬무트 콜 총리에게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명백하고도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집권 기민-기사-자민당 연정내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차대전 승전국인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오는 5월9일 개최될 종전기념식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콜 총리는 아직 이에 대한 의견을표명하지 않고 있다.
나치의 본거지였던 바이에른 지방을 근거로 하고 있는 기사당의테오 바이겔 당수겸 재무장관은 당 소속 정치가들이 역사재평가운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과 관련,『5월8일의 평가에 대해 당에서 지시한 바 없다』며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 당수 클라우스 킨켈 외무장관은 이 문제가 국론의 분열을 가져와서는 안되며 신중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자들은 이미 은행특별계좌를 개설해 찬조금을 받고 있으며 오는 5월7일에는 뮌헨에서 별도 집회를 강행할 방침이다.
종전 50주년을 맞아 유대인과 이민족을 학살한 뼈아픈 경험을가진 독일인들은 아우슈비츠(오슈비엥침)와 부헨발트등 곳곳에 산재해 있던 강제수용소 현장에서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진행되고있는 역사재평가 요구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전세계인들은 우려와 기대속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