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정규직 문제, 노조 양보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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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을 올해 안에 만들겠다고 어제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올해 중점과제로 잡았다. 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465만명(임시.일용직 제외)으로 전체 노동자의 32.8%에 이른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열악한 조건 때문에 지난달 5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태까지 발생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노동의 숙련도, 조직에의 충성 등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정규직을 채용하고 싶다는 기업이 많다. 그런데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때문에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정규직 노조의 과도한 자기보호가 많은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몰아가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올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양대 노총이 올해 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10%대로 제시하면서, 비정규직의 임금까지 큰 폭으로 올리라고 주장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그동안 조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문제에 소홀했던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결단에 걸맞게 정규직의 양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그래야 기업에도 추가 부담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