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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을찾아서>"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이응준 첫시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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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옳고 그름의 잣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혼란스러워질까요.진짜 혼란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없어질때 오지 않을까요.
』 90년 등단 이후 5년만에 첫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고려원刊)를 낸 이응준(25)씨.그는 이번 시집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정신적 편력의 한장을 마감하고 새로운 문턱을 넘어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흥미를 끈 다.
5년동안 이씨가 거쳐온 시의 여로는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 삶의 무의미와 싸우는 앙버팀으로 그리고 삶의 의미에 집착하는 사유적 태도 자체에 대한 반성으로 요약된다.
그것은 삶을 성찰하는 자세에서 삶을 살아내려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조로증(早老症)을 겪는다.
살아보지도 않고 상상속에서 삶의 비밀을 봐버렸기 때문이다.거기에다 이같은 사유적 자세 자체가 부질없다는 것까지 깨달아 버린다.그의 시는 이 조로증과의 싸움이다.
『너는 너무 일찍 생의 반음 내리는/노랠 부르고 있어!』(안개일기) 이렇게 외치고 나서야 이씨는 조로증의 문턱을 넘어선다. 그러나 동시에 시로 싸울 대상도 놓쳐버렸다.그래서 지난해 가을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을 작정으로『상상』에 단편『그들은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와『그 시절을 위한 잠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등록했다.
『잡히지 않는 삶의 의미를 좇는 일은 그만할 생각입니다.대신주어진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보고 싶어요.그 작업을 소설을통해 하고 싶습니다.』 소설가로서의 이씨는 이제 두편을 발표한신인중 신인이다.그러나 시로 단련된 소설가답게 그의 작품은 풍부한 시적 이미지를 바탕에 깔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이제 막 아름다움에 눈뜨고 있다는 이씨는 개안(開眼)의 희열에 싸여 벌써 5편의 중편을 써 놓았다고 한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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