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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눈>숲을 보는 지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보자.
21세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요즘 벌어지는 세계경제현상을 보면 도저히 경제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월스트리트에서는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4,200이라는 전후 최고기록을 기록하는 같은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엔 에 대해 85엔으로 떨어졌다.
94년중의 미국경제는 4%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했는데 물가는 2.5%로 이전보다 하락했다.
앞뒤가 맞지않아 경제학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지경이다.인플레는 사상 최저수준인데 금리는 급등한다.언제 이런일이 일어난 적이 있는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기억이 없다.
기업이 리스트럭처링이다 리엔지니어링이다 해서 생산성은 많이 올리지만 생산성이 오른 과실물은 대부분 주주들에게 돌아갈 뿐 종사자들은 별로 혜택이 없다.그러나「상식마비의 시대」일수록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멕시코사 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멕시코를 찾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큰 틀을 보려면 차라리 뉴욕에 앉아 있는 편이 낫다.
정보의 홍수는 사람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소떼」 (Herd Phenomenon)현상을야기시키기도 한다.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많은 정보에 접하다보니 이전보다 오히려 판단을 못하고 무리가 움 직이는대로 따라다닌다.
일찍이 케인즈는 투기를 이론화하면서 미인대회의 가설을 일반이론에 소개한 적이 있다.
「미인선발시 투표자가 가장 아름다운 6명을 선택하는데 투표자전체의 평균적인 취향에 가장 가까운 투표자에게 상을 준다면 각투표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표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여자에게 표를 던진다.」우리경제를「냄비경제」라고 자기비하(自己卑下)하기도 하지만 이는 반드시 우리가 무식해서만은 아니라고 자위해볼만 하다.
멕시코 페소화 폭락으로 시작된 달러화의 드라마틱한 폭락세로 거래에 참가한 수많은 딜러들과 금융기관및 펀드주인들은 매일매일희비쌍곡선을 타고 국내외 언론들도 시장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등락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한마디로 미국 스탠퍼드大의 크루그만교수가 표현했듯이 등락경제학(up-and-down economics)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경제의 근본 흐름에 유의하면서 구조적 시각을 갖추어야 할 때다.큰흐름은 바로 향후 몇년간 세계경제 특히선진 몇개국의 경제가 연착륙을 하면서 균형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의 권위있는 칼럼니스트인 새뮤얼 브리튼卿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착륙은 미국.일본.독일 3국간의 정책협조로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같은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협조보다는 충돌의 가능성이 더높다.일본은 마땅히 고성장정책을 취하고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고금리와 축소재정을 택하고 미국은의당 성장을 감속시키면서 소비와 수입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저금리와 적자재정으로 고성장정책을 택하고 있다.
두나라가 정책양보를 하지 않기때문에 시장이 보복한 것이고 그결과가 극적인 외환시장에서의 난리였다.우리 정부나 기업도 매일매일의 달러화 등락에 시선을 잡혀 큰 숲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을 유지하게 하고 기업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환율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현준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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