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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금융 위험관리 전문가 양성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2월 영국 유수의 금융기관인 베어링스 그룹이 파산한 것은 닉 리슨이라는 일개 직원의 잘못된 거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사건처럼 근래 미국에서도 한 직원의 오판이나 무능.비행(非行).직권남용에 의해 금융기관들이나 지방자치 정부 가 수십억달러를 손해보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이같은 직원은 「말썽거래자」(Rogue Trader)라 불리는데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선 조 제트를 들 수 있다.그는 GE그룹의 계열 증권사인 키더 피바디社의 정부채 수석거래자 로 시장상황을 오판,93년 1억달러에 달하는 거래손실을 보았으나 3억5천달러의 이익을낸 것으로 장부를 조작해 9백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받았다.이 사건의 여파로 GE그룹은 키더 피바디社를 매각하게 되었다.
솔로몬 브러더스社의 정부채 거래부서장이었던 폴 모저는 91년고객의 계정을 도용,법정한도 이상의 정부채를 매입했다가 발각돼이 증권사는 2억9천만달러의 벌금을 추징당했다.메릴 린치社의 주택저당채권 거래부서장이었던 하워드 루빈은 회 사 지시를 위반하면서 5억달러규모의 고위험 거래를 했다가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이 사건으로 메릴 린치社는 위험관리 전담부서를 신설,위험관리 상황을 최고 경영층에 직보(直報)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회사가 정한 한도보다 훨씬 많은 페소를 매입했다가 지난해말 페소 폭락으로 회사에 7천만달러의 손실을 입힌 케미컬은행의 부사장이었던 빅터 고메즈,파생금융상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무리한 투기로 지방정부에 17억달러의 손실을 입힌 오렌지 카운티의 재무책임자 로버트 시트론도 있다.이들 말썽 거래자들의 공통점은 공격적인 투자성향으로 예전의 거래에서는 좋은 성과를 올려 높은 보너스를 지급받았던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의 책임은 이들에게만 있지 않다.규제완화및 파생금융상품의 발달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자 위험을 외면하고 고수익 추구에만 열을 올린 금융기관 자신에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고수익에 대 한 높은 상여금을 제시하며 직원들의 위험한 투자행위를 독려한 결과 위험관리는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 이러한 현상이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있다.최근 모금융기관의 한 직원이 환거래에서 자본금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큰 손실을 낸 것도 좋은 예라 하겠다.금융개방과 금리자유화 등으로 인한 경쟁심화로 전통적인 업무 에서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자 요즘 상당수 국내 금융기관들은 위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없이 기관장부터 나서서 투기성 거래를 독려하고 있다. 투자위험을 증폭시키는 금융파생상품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위험관리에 대한 최고 경영자들의 인식 쇄신과 더불어 위험관리체계의 구축및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때다.
〈三星경제硏 금융증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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