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스파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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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솜씨 하나는 최고인 우리 외할머니. 어린 아이만큼 호기심도 많고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지요. 제가 중학생이던 어느 날, 맛있는 별미가 있다며 우리 네 자매를 집으로 초대하셨어요. 며칠 전 경양식집에서 처음 맛본 스파게티를 만드신 거예요. 레시피도 없이 기억으로만 재현한 할머니의 스파게티는 ‘기대 이상’이었답니다.

맛의 비밀은 볶음면에 있었죠. 대개 스파게티면을 삶아내 그대로 소스를 얹는데, 할머니는 삶은 면을 버터에 따로 볶은 뒤 소스를 얹어 주셨던 거예요. 그러니 더욱 고소하고 맛있을 수밖에요.

스파게티는 1980년대만 해도 쉽게 사먹기 힘든 요리였지만,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시는 외할머니 덕에 우리 자매는 한껏 먹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스파게티의 종류도 많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도 할머니표 스파게티를 따라갈 맛은 아직 만나지 못했답니다.

지금도 외할머니는 동남아 음식이든, 인도 음식이든 새로운 음식이라면 뭐든지 섭렵하고 다니는 멋쟁이세요. 저는 그분의 솜씨를 물려받아 영양사가 됐지요. 우리 네 자매를 즐겁게 해줬던 외할머니처럼 저도 제 요리를 먹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최미숙(33·서울 금천구 독산동)

■ 재료=스파게티면, 다진 쇠고기 150g, 양파 반개, 샐러리 1대, 당근 1/4개, 다진마늘 1작은술, 밀가루 2큰술, 월계수잎 1장, 적포도주 반컵, 물 2컵, 토마토 페이스트 1/2캔, 토마토케첩 2큰술, 버터, 소금, 후춧가루

■ 만드는 법=양파·샐러리·당근을 0.5㎝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쇠고기를 볶다가 양파 등 준비한 재료를 추가해 볶는다. 여기에 적포도주를 부어 바글바글 끓으면 토마토 페이스트·물·월계수잎을 넣는다. 한소끔 끓인 후 토마토케첩을 넣고 약한 불에서 걸쭉하게 졸여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펄펄 끓는 물에 스파게티면을 삶아내 물기를 뺀 후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볶는다. 면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소스를 얹어낸다.

다음 주제는 후다닥 접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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