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260억 빼내 두집살림 은행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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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억 원대의 고객 예금을 횡령해 미모의 첩을 거느리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30대 중국 은행원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6년여에 걸쳐 횡령 행각을 해온 화제의 대도(大盜)는 중국 광둥의 한 농촌신용은행의 창구 직원 천궈량(33). 천씨는 계좌 관리를 담당하는 동료와 짜고 66개의 고객 계좌에서 자금을 빼내 주식 투자 등에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4월 천씨는 가짜로 고객 계좌의 비밀번호 수정 신청을 낸 뒤 새로 만든 비밀번호로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빼썼다. 천씨가 노린 계좌는 출납이 많지 않은 정기예금이었다. 빼낸 돈으로 천씨는 주식ㆍ채권 투자 외에 고급 아파트ㆍ별장 등 부동산에도 손을 댔다. 이 당시 중국은 고도 성장을 달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투자 수익이 차곡차곡 쌓였다. 정기예금 계좌의 만기가 돌아오면 자신의 계좌에서 조용히 이체해 주었기 때문에 들키지 않았다.

주머니에 돈이 넘쳐나자 천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며 유흥에 젖어 방탕하게 살았다. 부인 외에 미모의 젊은 여성과 따로 살림을 차리는 등 흥청망청 돈을 썼다. 경찰 조사결과 별도의 살림을 유지하느라 13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으로 3000위안(약 50만원)안팎을 버는 평범한 은행원의 삶은 아니었다.

튀는 천씨의 소비 행각은 2006년 5월 경찰의 정보망에 덜미를 잡혀 막을 내렸다. 광둥의 포산(佛山)시 고등법원은 21일 횡령죄에 대한 법정 최고형(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재확인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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