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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228억弗에 사겠다-美연예재벌 커코리언 제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미국의 기업 매수.합병(M&A)열풍이 급기야 美 3대자동차 메이커중 하나인 크라이슬러社에까지 불어닥쳤다.
미국의 연예.오락재벌인 커크 커코리언(77)은 12일 크라이슬러社를 2백28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인수제의 소식을 접한 크라이슬러측은 『우리는 회사를 매각할 의사가 없다』며 이를 공식 거부했다.
이제 경영권 획득을 노리는 커코리언측과 이를 뿌리치려는 크라이슬러측은 한판 격돌을 벌일 판이다.
미국은 기업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해 자유시장논리에 따라 돈만 있으면 주식시장을 통해 얼마든지 사고팔수 있도록 보장하는 나라다.벌써부터 크라이슬러의 주가는 폭등세를 보여 인수제의가 발표된 12일 하루에만 24.3%나 뛰었다.
그러면 미국의 간판급 자동차업체를 무려 2백28억달러를 들여사들이겠다고 제의한 커크 커코리언이란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또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커코리언은 美 환락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호텔업체인 트래신더社를 소유한 억만장자다.그는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크라이슬러의 지분 10.1%를 갖고있다.
美포브스지에 따르면 커코리언의 재산은 총 25억달러규모로 미국내 23번째 부자다.중학교 중퇴학력으로 한때 권투선수로도 뛰었던 그는 60~70년대 웨스턴항공을 운영,사업가로 성공한 뒤할리우드에서 사자 로고로 유명한 MGM영화사를 두차례나 사고팔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겨 연예오락산업의 거물로 등장했다.
그는 MGM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M&A에 자신감을 갖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커코리언은 할리우드에서 번 돈으로 지난 90년 크라이슬러 주식 3천6백만주를 주당 12달러라는 헐값에매입해둔 바 있는데 이번에 아예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겠다고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커코리언은 인수제의의 배경에 대해 『크라이슬러의 영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크라이슬러는 최근 수년간 눈부신 영업신장세를 보여왔다.미니밴과 소형승용차 네온의 빅 히트로 성장가도를 달리고있는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모두 2백7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5백22억달러의 매출에 창사이래 최대인 37억달러 의 순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美자동차업계에서 외형은 GM과 포드에 이어 3위지만 수익성은 단연 으뜸이다.지난해 크라이슬러가 자동차 1대에 2천1백10달러의 수익을 올린데 비해 포드는 8백77달러,GM은 그 이하였다.마진율은 크라이슬러가 11.6%, 포드가5.4%였다.
그러나 뉴욕 월街의 전문가들은 커코리언이 실제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의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진짜속셈은 크라이슬러의 주가를 끌어올려 이미 갖고 있는 지분을 높은 값에 처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커코 리언은 이미 크라이슬러에 대해 수익에 비해 배당과 주가수준이 보잘것 없다며회사가 배당률을 높이는 한편 직접 자사주식을 사들이도록 압력을행사한 바 있다.
커코리언은 또한 할리우드와 라스 베이거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첨단제조업에 속하는 자동차분야에는 문외한이다.
설사 커코리언이 회사를 실제 인수할 생각이라고 해도 그가 제시한 주당 55달러는 회사가치에 턱없이 못미치는 인수조건이란게월가의 분석이다.게다가 그는 자기 全재산의 10배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의 구상도 구체적으로 밝 히지 못하고 있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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