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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공연하는 ‘나눔천사’ 김장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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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장훈(사진)은 천생 가수였다. 지난 9년간 이웃에 40억 원을 기부해 ‘나눔천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지금도 무대에만 서면 감동에 사무쳐 눈물이 난다”고 하니 말이다.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대중가수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아 축가를 부른다.

18일 만난 그는 노래와 나눔의 삶을 함께 사느라 바빠 보였다. 기름유출사고로 고통받는 태안 주민에게 5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22~23일에는 현지로 ‘환경 지킴이’ 자원봉사까지 간다. 이날 인터뷰를 하러 오기 직전에 자신이 후원하는 ‘새 소망의 집’의 원아들로부터 태안 기부금을 깜짝 전달받았다. 고사리 손으로 아껴 모은 동전이 가득 든 노란 봉투를 들어 보이며 짓는 웃음이 참으로 환했다. 그로부터 나눔에 대한 생각과 음악적인 포부를 들어봤다.

-최근 재즈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음악 활동은 어떤가?

“와, 음악 얘기해달라니 너무 고맙다. 요즘 주변에서 나를 보면 기부 이야기만 한다. 현재 트로트·재즈·팝·발라드·힙합·클래식 등 6개의 장르를 섭렵하는 ‘마에스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르별로 두 곡 정도를 담은 싱글 앨범을 내고 프로젝트를 끝낸 다음, (영국 런던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하고 싶다. 현재 섭외 중이다. ”

-음악적인 포부가 아주 큰데.

“공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있을 120여 개의 주 가운데 60개 주를 단독 공연을 할 계획이다. 난 무대에 오를 때마다 운다. 무대 자체가 감동이기 때문이다. 내 사전에 ‘펑크’란 없다. 2002년에 공연 중 와이어에서 떨어져서 어깨뼈가 부러졌을 때도 끝까지 하려고 했다.”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던데.

“나는 아무래도 사고를 몰고 다니는 체질인 듯하다. 교통 사고, 공연 중 사고 등 죽을 고비만 5번 넘겼다. 2002년 공연중 사고를 당한 어깨는 아직도 못 쓴다. 공황장애라는 정신질환도 겪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고통을 즐기는 거 같다. 고통을 참아낸 뒤 찾아오는 달콤한 후련함이 좋다. 그런 고통이 녹아들어 노래가 된다. 세상에 즐겁기만 한 사람도, 힘들기만 한 사람도 없다. 절망과 희망은 백지장 한 장 차이다. 절망을 노래하면서도 결국은 희망을 주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다. 나는 가수이자 구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눔 얘기를 좀 하자. 왜 기부를 하나?

“노래도, 기부도, 행복하기 위해 한다. 기부는 노래의 연장이다. 나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편한 거 같다. 내가 하는 건 ‘기부 앤드 테이크(주고받기란 뜻의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를 살짝 비튼 것)’다. 기부금을 내고 그 대가로 나는 더 큰 사랑을 받는다. 나는 아무리 베풀어도 등이 따뜻하고 배부르다. 사람들이 나더러 가족들이나 먼저 챙기라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거다. 아버지 없이 자라 그런지, 엄마와 누나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가장 기쁘다. 누가 뭐래도 가족이 최우선이다. 기부는 다음이다. 그래도 기부 금액이 매년 늘어나는 걸 보니 계속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긴 하다(웃음).”

-기부 아이디어도 공연만큼이나 다채롭다.

“난 내 기부 금액이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그 적은 돈을 효율적으로 잘 쓰고 싶다 보니 머릿속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레슬링도 보러 가고, 기름도 닦으러 가고, 카이스트에 기부도 하고 그런 거다.”

-대통령 취임식에 ‘우리 기쁜 날’을 부르기로 했는데.

“제목이 좋지 않나. 또, 가사 중에 ‘우리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내 마음 안에 그대 자리는 자꾸 커져만 가죠’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여야 간, 그리고 당내 화합을 이루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웃음). 지지를 했던 후보이건 아니건, 일단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으면 밀어주는 게 도리라고 본다.”

-최근 한 조사에서 ‘국회에 보내고 싶은 연예인’ 1위에 올랐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나?

“전혀 없다. 정치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힘드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나는 기부와 노래를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숭례문과 관련해서 서울의 랜드마크를 새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미니홈피에 올려 화제가 됐는데.

“숭례문이란 단어를 감히 입에 담는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계속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언제까지 슬퍼만 할 순 없지 않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게 어떨까 싶다. 그래서 국보와 보물 자료를 모두 뒤지면서 공부를 했더니 해시계가 너무 예쁘더라. 그걸 이용해서 랜드마크를 새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고, 카이스트 교수들에게 자문도 했다.”

글=전수진,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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