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눈 덮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눈이 많이 내렸다. 풍성하게 내린 눈 덕분에 태백산·설악산·대관령 등의 눈꽃 축제가 성황리에 끝났다고 한다. 스키장도 인공 눈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은 50년 만의 폭설로 설[春節] 연휴 기간 곳곳의 열차 운행이 중지됨으로써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린 만큼 신문 등 언론 매체에서는 눈 덮인 산이나 마을, 도로 등의 사진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도 눈 덮인 경치를 찍어 올린 사진이 많다. 그러나 ‘덮이다’와 ‘덮히다’가 헷갈리다 보니 ‘눈 덮힌 태백산’ ‘눈 덮힌 마을’ 하는 식으로 ‘덮힌’이란 표현이 많이 나온다. 지난번 숭례문 화재 때는 ‘검은 재로 덮힌 숭례문’이란 제목의 글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덮이다’ ‘덮히다’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발음을 가지고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동(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성질) 또는 사동(피동과 반대) 접미사에는 ‘이, 히, 기, 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주로 헷갈리는 것이 ‘이’와 ‘히’인데 ‘이’는 ‘덮이다/높이다/깊이다’ 등처럼 쓰이고, ‘히’는 ‘넓히다/굳히다/뽑히다/맺히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용례를 가만히 보면 ‘덮이다’ ‘높이다’처럼 받침이 ‘ㅍ’인 경우에는 모두 ‘이’가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히’가 헷갈릴 때는 받침이 무엇인가 살펴 ‘ㅍ’이면 ‘이’를 사용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