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만하고 사지는 않는 나라-국제사회가 보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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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기네 물건을 팔기만 할뿐 남의 물건은 사줄 생각을 하지 않는 나라」.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보는 시각이다.
일본의 엔화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으면서 일본기업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도 일본에 대한 이러한 시각 때문이다.외국기업들에 시장을 열지 않는한 엔고의 대가 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천2백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올렸다.석유를수입하고 있는 중동국가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흑자를 올렸다는 이야기다.일본이 국제무역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봤다는 것은 국민총생산(GNP)과 국내총생산 (GDP)의 차이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국민총생산과 국내총생산의 차액은 지난 93년 3백93억달러에 달했다.45억달러를 기록한 미국의 9배나 되고 18억달러가 역전된 독일과는 무려 4백억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총생산은 한 국가의 국민 전체가 창출한 국부다.그 나라 국민이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었더라도 그것은 국민총생산에 더해진다.이에반해 국내총생산은 한 국가안에서 만들어진 국부의 총액이다.그 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창출한 부는 제외되 고 대신 외국인들이 그 나라에 들어와 벌어들인 돈은 국내총생산에 가산된다. 따라서 국민총생산과 국내총생산의 차이는 일본인들이 외국에서벌어들인 돈이 외국사람들이 일본에서 벌어간 돈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면 그 나라의 화폐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미국 수입업자가 일본 자동차를 수입하고 수출업자는옥수수를 판다고 하자.수입업자는 일본에서 자동차를 수입하기 위해 엔화를 사야하고,수출업자는 엔화로 받은 콩값을 달러화로 바꾸기 위해 엔화를 팔아야 한다.
환율은 이처럼 엔화를 팔자는 쪽과 사자는 쪽의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된다.이때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봤다면 엔화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엔화의값은 오르게 된다.
일본이 엔화급등과 달러폭락을 막기위해 선진각국의 공동노력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계속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도일본의 무역흑자가 해소되지 않는한 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금리를 낮추고 미국이나 독일이 금리를 올리는 식의 대책으로는 투기적인 거래를 일시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추세자체를 돌려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시장개방에 대해 미온적이다.최근의 엔화급등에 대해서도 투기세력에 의해 조장된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일본이 사태의 본질을 이처럼 직시하지 못한다면 엔화 폭등의 다음 목표는 달러당 50엔이 될 것이라 는 외환전문가들의 지적도 결코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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