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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FA제도 폐지가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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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례1=2004년 말 심정수는 삼성과 4년간 최대 60억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LG포수 조인성은 지난해 말 LG와 계약기간 4년에 34억원을 받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비슷한 시기 이호준도 SK와 4년간 최대 34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들 모두 프로야구에서 9시즌 이상을 뛰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대형 스타급 선수들이다. 해당 구단들은 우승을 향한 과감한 투자라고 홍보를 했다.

#사례2=최근 프로야구 단장들은 FA제도 폐지 방안을 결의해 19일 야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상정했다. FA 제도가 선수 몸값을 부풀려 구단의 만성적인 적자경영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 이유다. 따라서 현대 야구단 매각 등 현재 프로야구가 위기에 놓인 지금이 선수 몸값의 거품을 빼는 데 적기라는 주장도 많다.

결론적으로 프로야구 구단이 없애고 싶어하는 FA 제도는 원인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프로가 있는 곳에는 지역과 종목을 불문하고 대부분 FA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FA제도는 프로 선수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다름 아니며, 팬들에게도 한 선수가 신인 시절부터 은퇴할 때까지 특정 팀에만 몸담고 있는 것처럼 식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한 팀에서 10년 가까이 뛴 선수는 보상 차원에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팀을 고를 권리는 줘야 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다.

따라서 현재 FA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그 틀 속에서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수 몸값에 거품이 낀 것은 구단 책임이지 선수 잘못으로 돌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FA에게 계약금을 주는 것은 야구규약 165조에 어긋난다. 그런데도 각 구단은 경쟁적으로 웃돈을 주고라도 선수를 뽑아 들이는 데 혈안이 됐고, KBO는 이를 방조했다.

구단이 왜 FA 선수에게 거액을 쏟아 부었겠는가. 경영 논리가 아닌 바로 성적 때문이다.

지방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그룹 상층부로부터 어떤 수단을 써도 우승하라는 압력을 받는다”며 “성적 지상주의는 스타 잡아 오기로 이어지고 이런 경쟁이 거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장과 팬들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을 선수들이 받고,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하고 있는 구단에 대한 사치세 부과 등 FA와 관련된 각종 제도를 우리 형편에 맞게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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