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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실업계高·폐교 위기 초등교, '가고싶은 학교'로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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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역 주민들의 축제에 단골로 초대되는 장호공고 관악부. 2001년 창설된 뒤 3년 연속 전국대회에 입상했다.

폐교될 위기를 극복하고 학생이 북적이는 학교로 화려하게 부활한 학교가 있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으로 농촌 실업고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경기도 교육청이 '교육과정 최우수 학교'로 선정한 경기도 장호원의 장호공고.

학교가 지역사회의 축이라고 여긴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소규모 학교'의 모범 사례로 거듭난 경기도 광주의 번천초등학교와 경기도 김포의 개곡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학교의 경쟁력을 길러준 숨은 힘을 알아봤다.

◇동아리가 살렸다=실업계 학교는 인기가 없어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에도 급급하다-.

이런 고정관념을 깬 학교가 있다.경기도 이천 장호원읍에 있는 전교생 586명의 장호공고(교장 백승범.www.jangho.com)가 그렇다.

해마다 신입생 선발에서 20~30명 가량 고배를 마실 정도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데다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올해엔 졸업생 190여명 가운데 170여명이 특기적성과 동일계열 지원 등으로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다른 실업계 학교들처럼 장호공고도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에게 외면당했다. 무엇보다 농촌지역에 있다는 점이 불리한 요소였다.

학교가 존폐 기로에 놓이자 백교장은 98년부터 '신나고 인기 있는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우선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1인 1동아리 갖기 운동'을 권장했다. 학생들이 끼와 소질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20여개의 동아리가 금세 생겼다.

이 가운데 발명 동아리는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최우수 과학발명학교에 올랐다. 궁도부는 7년 연속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2001년에 만든 관악부는 첫해부터 3년 연속 전국대회에 입상했다.

아울러 학교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서는 전략도 폈다. 주민들에게 방과후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정보화 교육도 무료로 실시해 지금까지 1000여명이 혜택을 봤다.

백교장은 "학교는 학생과 교사.학부모가 모두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며 "다양한 학과를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욕구에 맞춰 올해 멀티미디어 및 음악 관련 학과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장호공고의 공을 인정해 2002년에 '교육과정 최우수 학교'로 선정했다. 또 주민들에게 정보화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학교가 설립을 신청한 '지역 중심 센터'건설을 지원했다. 이천시도 오는 5월 완공될 예정인 센터 건설에 돈을 댔다.

◇지역사회가 살렸다=97년 폐교 위기를 맞은 경기도 광주의 번천초등학교. 전교생이 23명에 불과한 그때만 해도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6년여 지난 지금. 이 학교에는 127명의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학부모의 전입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한 것은 지역사회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사회도 무너진다고 생각한 이곳 주민들은 99년 상수도보호지역 피해보상금으로 장학회를 설립하고 9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했다.

이 기금으로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학생들의 급식비를 지원한다.졸업생의 고교학비도 대주고 대학에 가는 경우에는 장학금도 준다.지역 여건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인적.물적자원을 활용해 학교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교육문제를 풀기 위한 지역사회 중심학교 운동이 자리를 잡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개곡초등학교도 지역사회가 살려낸 학교다.

99년 학생수가 67명으로 줄어들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지역주민과 학부모, 교사들이 '학교발전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24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시의 지원을 받아 통학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하는 한편 졸업생과 교사들도 자녀를 학교로 전학시키는 등 학교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번천초등학교 이성우 교장은 "학교가 없어지면 주민들이 떠난다는 위기의식이 학교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학교에서도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종.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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