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쟁탈전 ‘손’을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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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계 일본 기업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야후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제 인터넷 패권전쟁에 끼어들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야후 재팬의 최대 주주인 데다 야후·마이크로소프트·뉴스코프의 경영진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 제안 소식을 듣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회사 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구글·마이크로소프트·뉴스코프 등이 야후를 놓고 벌이는 ‘인터넷 패권전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그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했다. 야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합병(M&A) 제안을 거부하고 구글과 뉴스코프와의 제휴가 추진되면서 손 사장의 역할이 급부상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야후의 최대주주로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리 양의 미국 야후가 지닌 지분율은 33%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더라도 일본 야후까지 손에 넣진 못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야후 쟁탈전에서 어느 쪽이든 손 사장의 힘을 빌려야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다.


손 사장은 제리 양과는 물론 빌 게이츠와 루퍼트 머독과도 수시로 전화할 만큼 친분이 두텁다. 게이츠 회장은 손 사장에게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인수에 성공해도 소프트뱅크가 장악하고 있는 일본 야후와의 제휴를 고려한다면 손 사장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머독에게서도 “야후를 지원해줄 테니 협력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손 사장과 머독은 1996년 일본 민방 아사히TV 지분을 함께 취득하면서 ‘혈맹’ 관계를 맺고 있다. 손 사장은 또 야후의 제리 양에게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손 사장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으킨 ‘인터넷 패권전쟁’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득실 계산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일단 “아시아는 우리(소프트뱅크)에게 맡겨달라”는 의중을 게이츠와 머독에게 타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뉴스코프 중 어느 쪽이든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아시아 패권 구축에 도움이 되는 쪽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손 사장의 판단 기준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소프트뱅크의 중국·아시아 전략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의 결합이 유리한가라는 점이다. 둘째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의 휴대전화 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셋째는 세계 시장에서 야후 브랜드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관한 검토다. 어떤 경우든 야후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 대상자를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낸 것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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