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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선거법 유린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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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9조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은 명백히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9조는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 법 60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공무원을 적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2조도 있다. 여기엔 대통령이 특수경력직 공무원 가운데 정무직 공무원임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가장 앞줄의 '선거에 의해 취임한 공무원'이 바로 대통령이다.

다시 공직선거법으로 돌아가 86조를 보자. 여기에선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예외는 별도로 명시되어 있다. '소속 직원이나 선거구민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해도 되는' 공무원은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및 지방의원'뿐이다.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되는 공무원인 것이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상황이 이처럼 분명함에도 대통령이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이)무식한 소리를 하는 것도 문제고, 언론이 왜 또박또박 받아쓰는지도 모르겠다"고 한 것은 정말 심각하다.

사실 대통령이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조항을 어겨도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해선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을 어겨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은 자신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른 모함, 억지 주장에 밀려선 안 되며 그런 것은 무시한다"고 말했다. 실정법 위반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라면 선거법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안 지키는 법을 과연 누가 지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