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 “서로 내가 1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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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권 ‘3강’인 국민·신한·우리은행이 1등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해 들어 지금의 순위에 뭔가 큰 변화가 곧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주택은행을 합친 국민은행이 여전히 리딩뱅크를 고수하고 있지만 언제 선두가 뒤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면서 국민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자산은 10% 느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한과 우리 은행의 자산은 17% 증가하면서 3개 은행 자산이 모두 200조원대를 넘어섰다. 별도의 카드회사를 둔 신한은행과 달리 국민은행은 자산 9조원인 카드 부문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세 은행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당기순이익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7774억원에 그쳤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의 손실액(4139억원)을 합치면 실제 당기순이익은 2조원이 넘었다. 신한은행도 올해 처음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당기순이익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M&A 시장에서도 이들 은행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이나 매각 대상 금융공기업 중 하나만 가져가도 도저히 넘볼 수 없는 1위가 된다”며 “은행마다 M&A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은 기업은행과 대우증권을 가리킨다.

문제는 선두권 은행들의 덩치는 몰라보게 커졌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유가증권 인수, M&A 등과 관련한 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나선 것도 전통적인 예금·대출 영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250명 수준인 IB부문 인력을 2010년에 750명으로 늘리고, 은행 수익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2010년까지 IB인력을 5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한누리증권을 인수한 국민은행은 IB 관련 고급 인력이 들어오기 쉽게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사체계를 개편키로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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