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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인생기를살린다>23.무술氣功 上.한국券經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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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역사적인 문화적 배경의 차이때문에 한국에서는 기(氣)하면 정공(淨功)인 단전호흡을 떠올리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동공(動功)인 태극권(太極拳)이나 아이키도(合氣道)를 연상한다.
최근들어 서양에서도 동양의 사상이나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대돼 각종의 명상법(Meditation)을 비롯,동양식 건강법들이 인기를 끌고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쿵푸로 대변되는 중국의 태극권을 대표 주자로 꼽는다. 이때문에 동양식 무예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기공의 대가로 인식되고 있고 기공 역시 무예의 한 분야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태극권 그 자체는 축기(蓄氣)또는 양기(養氣)및 운기(運氣)를 포함한 무술의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
인체가 발휘할 수 있는 역학적 한계를 초월하는 힘은「기의 폭발」이라고 불리는 발경(發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원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양생기공(養生氣功)이라는 개념의 태극권은 본래의 태극권에서 과격한 파괴력 부분을 생략하고 양생효과가 높은 기공적인 동작들을 가미해 재구성한「간화(簡化)태극권」이기 때문이다.
〈시리즈 6회 참조〉 국내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 널리 확산되고있는 권법(拳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수 있다.
권법의 문헌적 근거는 1790년(정조14년)에 편찬된『어정무예도보통지(御定武藝圖譜通志』.
총 4권4책으로된 한문서(漢文書)와 1권의 언해본(諺解本)으로 창(槍),도(刀),검(劍),마상재(馬上才)등 총 42종에 달하는 각종 무예(武藝二十八般)를 도해,설명한 것인데 그중 맨손무술편이 바로 권법이다.
그러나『무예도보통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두고 원전격인 중국의『기효신서(紀效新書)』(1584)및『무비지(武備志)』(1628~1644)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정통성 시비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국내에서 권경(拳經)과 중국의 무술기공중 최상급 공법의 하나인 태극용호공(太極龍虎功)의 1인자로 한국전통권법기공(권경)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교일(金敎一.65)선생을 꼽는다.
김교일선생이 권법이라는 말대신 굳이 권경이라는 이 름을 사용하는 것은『기효신서』제14편 권경절요(拳經節要)에 실린 권법32세(勢)가「당시 중국에 현존하는 각 문파의 뛰어난 장권 기법만을 뽑아」이뤄진 것이라는 문헌에 근거를 두고있다.
『무예도보통지』의 권법편에는 정세 23식(正勢二十三式)이 실려있다. 실제로 김교일선생도 23식을 전수하고 있으나 문헌에 나타난 것은 정지동작인 정세뿐으로 정세와 정세를 연결하는 이음새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문헌전수의 맹점이 바로 이 점인데 동작을 이어갈때 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야함은 물론 오히려 더욱 강력해져야만 한다.
결국 같은 정세를 놓고도 어떤 연결동작으로 이어가는가,즉「이음새의 수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고 이것은 곧 지도자의 개인적인 능력에 의해 천차만별의 양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교일선생은『무예도보통지』권법의 정세를 연결할때 태극용호공의 원리와 구전(口傳)으로 익힌「힘쓰는 법」을 응용한 이음새를 사용했기 때문에 권법 그자체라기보다 오히려 권경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金仁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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