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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이야기>무명광고모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미니시리즈 『모래시계』에서 비운의 보디가드 백재희역을 맡아 여성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탤런트 이정재가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광고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정재는 지난해 출연한 롯데제과의 「크런키」초콜릿 CF에서 강렬한 눈빛의 연기를 높게 평가받아 TV드라마.영화등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으면서 스타대열에 올라섰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광고(인쇄.영상)를 자세히 보면 많은 무명모델들이 등장한다.다만 이들은 인기배우.탤런트들의 그늘에 가려진채 「신데렐라」를 꿈꾸며 「어려운 시절」을 견뎌가고 있다.
현재 국내 모델알선업체(에이전시)에 등록돼 있는 모델은 모두5천여명.실제 모델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3천명정도로 추산된다.이들은 예인방.영진기획.테이크엠.엠씨에스미래등 대규모 알선업체를 비롯해 서울 충무로.영동 일대에 밀집된 60여개사를 통해 각종 모델로 나서고 있다.
모델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업모델은 2백명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TV CF에 출연할 때 받는 모델료는 천차만별이다.수십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엑스트라는 한번 출연에 5만원가량 받으며,인기연예인이 주연인 광고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모델은 50만~1백만원선이다.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전업모델은 6개월 계약으로 CF 한편을 찍는데 2백만~3백만원을 받으며 유명연예인으로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일 때는 6백만~7백만원으로 오르기도한다.
주연급이든 조연급이든 무명 전업모델들의 수입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대부분의 주연급이 1년에 4~5편,조연급은 10~20편가량 CF에 등장하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들 무명모델은 CF이외에 의상업체 카탈로그 모델로출연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이경우 계절별로 촬영할 때마다 2백만원가량씩 받을수 있으므로 빠듯한 수입이 보충된다.
이들이 지출해야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매년 분기별로 개인 사진첩을 만들어 알선업체마다 비치해야 하는데 메이크업.전문사진사등을 동원해 촬영하는 비용으로 최하 30만~40만원을 지불한다.또 출연료로 받은 액수가운데 30%가량은 알선 업체 몫으로내놓아야 한다.
수입이 불안정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무명모델들은 광고작 단 한편의 성공으로도 스타덤에 오를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있다. 실제 광고모델로 최고 출연료를 받는 최진실(삼성전자 VTR광고)을 비롯해 차인표(에스에스패션 위크엔드),이영애(투유초콜릿),이종원(리복)등도 무명이던 어느날 CF 한편의 히트로 단숨에 유명인의 반열에 선 사례로 꼽힌다.
林一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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