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⑦ 과반수와 절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호 23면

일러스트= 강일구

숫자를 쓸 때 거듭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지난주에 강조했다. 이번 주엔 숫자와 관련된 얘기를 마저 하려 한다.

공정성 문제가 나올까 봐 안건 모두를 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한 대학이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으로 선정되는 데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다룬 기사의 일부분이다. 여기서 ‘과반수 이상’은 잘못이다. 과반수는 ‘반을 넘는 수’를 뜻하기 때문에 ‘이상’과 같이 쓸 수 없다. 아래 예문도 마찬가지다.
 
이사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사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여기서 ‘과반수’와 ‘절반(2분의 1) 이상’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이사회 구성원이 20명이라면 과반수는 최소 11명이고, 절반 이상은 최소 10명이다. 물론 이사회 구성원이 21명이라면 과반수나 절반 이상은 최소 11명으로 같다.

%와 %포인트도 구별해야 한다. 정당또는 후보자의 지지율이나 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낼 때 한 문장에서 두 단위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을 정도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는 비율 또는 변화의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기준을 100으로 할 때 비교 대상이 얼마냐를 따지는 것이다. 은행의 순이익이 2006년 13조5000억원에서 2007년 15조원으로 증가했다면 증가율은 약 11%다. 은행의 수입 41조원 중 이자수입이 31조원, 비이자수입이 10조원이라면 이자수입의 비율은 75%다.

%포인트는 %단위끼리 비교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에서 정당의 지지율이 1월에 30%이던 것이 2월에 20%라면 “한 달 만에 10%포인트 떨어졌다”고 쓴다. 만일 여기서 10% 떨어졌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30%의 10%인 3%가 떨어졌다는 뜻이 되므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학자금 대출금리가 지난해 6.6%에서 올해 7.6%로 높아졌을 때는 “1.0%포인트가 올랐다”고 표현한다. 실제 상승폭을 따지면 6.6%의 15%가 오른 것이다. 이처럼 숫자와 관련된 표현은 잠시만 딴생각을 하면 틀리기 일쑤다. 다음 예문을 보며 %와 %포인트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아두자.
 
법원에 따르면 합의부 가사사건 182건 가운데 74.7%인 136건이 조정을 통한 화해로 해결됐다. 이는 2006년 같은 기간 30.9%(139건 중 43건)의 조정 화해율에 비해 43.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