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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72) 서울 동대문갑 민주당 지용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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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정치인에게 철학과 원칙, 정책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정부는 이번 총선 결과가 마치 정권의 정체성을 담보해 주기라도 하듯 총선에 올인하고 있어요.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으로서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그에 대한 기대보다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국정을 되풀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여의도 입성을 벼르는 지용호(39) 전 서울시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국정 운영을 보면 과연 중장기적인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4년 전에도 출마를 희망했지만 지난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김희선 의원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후보로 확정되면 이번에 김 의원과 격돌한다. 당시 당의 결정에 깨끗이 승복했던 그는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란 ‘대의’에 승복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후 김 의원이 민주당을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으로 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민들이 심판하겠죠.”

지난 99년 1백12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호주제 폐지 시민모임을 만들고 처음으로 위헌 소송을 냈다. 그 때 모집한 70여명의 원고인단에 두 쌍의 부부가 끼어 있었다. 그 중 한 쌍이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 건국위 민간협력팀장으로 있던 지씨 부부였다. 언론들은 이들 부부를 조명했고 공무원 신분이던 그는 이 일로 난처해 지기도 했다. 그의 일급 참모인 부인 배선희씨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소장 손봉숙) 연구실장으로 있다.

▶ 지용호 전 서울시 의원은 "일부 386세대의 다소 경솔해 보이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386정신 즉, 독재에 대한 항거, 도덕적 생활에 대한 신조, 조국과 민족에 대한 애정 등은 적절히 평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대학 캠퍼스를 찾아 학생들과 담소하고 있는 지 전 의원(가운데).

그는 “제 2건국위에서 일하는 동안 장애인·노인·어린이·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나름대로 구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86이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일찍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의원 보좌관(김옥두 의원), 서울시 의원 등을 거쳤다. 그는 “16대 총선 때 ‘수혈된’ 여느 386들과는 다르고, 오히려 당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당시 공천에서 역차별을 당한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88년 봄 일부 대학생들이 야당이던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의 통합을 요구하며 두 당의 당사를 찾았다. 두 당의 영수는 두번 째 찾아온 ‘서울의 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통일민주당으로 간 학생들은 YS와의 면담은커녕 당직자들에게 얻어맞고 쫒겨났다. 평화민주당을 찾은 학생들은 반면 DJ를 만났고 대접을 잘 받았다. 그 학생들 틈에 지씨도 있었다. 이 사건은 그가 정계 입문을 결심할 때 민주당(평화민주당의 후신)을 선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민주당이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 지도부가 갈등을 극복하고 전진할 것으로 믿습니다. 50년 정통 야당으로서 그만한 저력이 있습니다. 정당 개혁이란 큰 흐름에서 소장파와 중진간의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그렇더라도 소장파들은 개별 사안보다 정당 개혁이란 큰 방향과 흐름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정치 개혁, 정당 개혁의 시대 흐름을 타지 못하는 당은 이번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을 거예요. 민주당도 빨리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에 대비해야 합니다. 조순형이냐 추미애냐, 원톱이냐 투톱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역구인 동대문구의 핵심 현안으로 교통 문제와 교육 문제를 꼽았다. 특히 교육은 여건이 악화하면서 다른 구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0대는 5% 늘고 40대가 5% 줄었습니다. 동대문구엔 경희대·외국어대·서울시립대 등 대학과 국방연구원·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서로 연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찾았으면 합니다. 교육 외적인 환경도 문제입니다. 일례로 청소년들이 여전히 청량리쪽의 유해 업소들에 노출되어 있어요. 교육은 20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육 문제만큼은 꼭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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