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활속에서>無所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는 종종 재물에 휘둘린 세태(世態)때문에 참담한 심경이 된다.그 결과 재물과 가진 자를 비난하기도 하고 보수와 관계없는 봉사나 무소유(無所有)를 찬양하기도 한다.
공수래 공수거가 인생이란 말도 있고,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분 치고 재물에 연연한 일이 거의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도무소유에는 생각보다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불의한 재물 추구를 억제하고 가진 자의 올바른 삶을 인도하기도 하겠지만,무엇보다 정신적 품위의 기초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재물과 가진 자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곤란하다.인간이육신을 가진 이상 재물은 생필품이고 인간다운 생활의 기초다.재물은 또 경제적 경쟁력으로,정치.사회적 힘으로,나아가서는 문화의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재물을 억지로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재물 제일주의 못지 않게 현명하지도 않고 솔직한 태도도 못된다.
올바른 일로 열심히 벌고 아껴서 모으는 것은 미덕임에 틀림없다.모은 재물을 긴요한 데 잘 쓰고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더 큰 미덕이다.재물에 연연하지 않고 값진 삶을 살 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이와 같은 해탈자의 무소유가 아니라 각종 조작으로 강요된 무소유는 좋은 것이 아니다.
서민의 애환을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 하거나 부당하게 낮은 보수를 강요하는 것,가진 자를 일반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더욱 문제다. 이렇게 하면 일 않고 요령피우는 자가 득(得)을 보게 되고 결국 권력의 전횡에까지 이르게 될 것인데,그 경우는 가진자의 횡포에 못지 않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구호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야만이지만 먼저 올바른삶에 열심인 사람의 생활이 보장돼야 하고 공이 있는 사람이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
획일적 평등 개념으로 보상없는 봉사를 강요하거나 정당한 재물도 보호하지 않으면 약자를 구호할 힘마저 잃게 될 수 있다.
빼앗아서 잘 살 수는 없으며,개개인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성실한 삶을살고 좋은 공공봉사자를 뽑아 공익을 증진시켜야만 재물의 문제도 해소된다는것은 이미 밝혀져 있다.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