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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 정책에 환경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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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정부의 정책기조가 될 국정과제를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747공약을 내세운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답게 철저하게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왜냐하면 신정부의 정책에 환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과 관련된 과제로는 기후변화 대책, 환경산업 수출전략 산업화, 광역 생태축 조성, 신재생 에너지 산업육성 등이 눈에 띈다. 이 과제들은 대부분 과거의 정부에서 이미 유사한 정책들을 수립하여 추진해 왔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CO2배출 10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감축 의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축에는 소극적이었다. 환경산업의 지속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체들의 영세성과 낙후된 기술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도 경제성 논란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는 성장 동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나 투자 회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단기적 경제 살리기를 우선의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한 신정부에서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지는 의문이다.

환경에 대한 소극적 투자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규모 국토개발과 관련된 반 환경적 정책들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새만금지역의 동북아 경제중심도시 개발, 수도권 규제합리화, 토지이용규제 완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은 사안에 따라 환경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과제들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경제성과 환경성에 있어서 전문가를 넘어 이미 전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다. 10여 년을 끌어온 새만금 간척 사업은 농지조성에서 첨단산업단지 등으로 사업 목적이 변하더니 이제는 경제 중심 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설정됐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지만 결국 목적 없이 갯벌을 메워온 꼴이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나 토지이용 규제 완화도 자칫 잘못하면 개발 사업을 부추겨 국토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남해안도시 개발 사업인 J프로젝트가 호남운하와 연계돼 활기를 띨 것이고, 4대강 수질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도입된 수질오염총량제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비무장지대는 통일과 생태계 보전이라는 상치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의 평화적 이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규모 국토 개발 사업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책 사업이든 민자 사업이든 관계없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 갈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까지 충분히 경험했듯이 국토 개발 사업은 이해 당사자들이 생기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없이 추진되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진화된다. 이것이 신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서 우려되는 이유다. 타임지에 의해 환경영웅으로까지 추대된 이명박 당선인의 강한 환경보전 의지를 기대해 본다.

김일중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