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DNA’ 빨리 확보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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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高野山)에 있는 사찰인 단상가람(壇上伽藍) 어영당(御影堂·<左>)에 설치된 수막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右>. 이 소방장치는 1965년에 설치됐다.

10일 오후 10시만 해도 숭례문에선 연기만 폴폴 났다. 주위를 둘러싼 소방차가 95대. 모두가 ‘상황 종료 10분 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숭례문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묻는다. 물도 있고 고가 사다리도 있고 불을 끌 인력도 현장에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국보 1호’가 왜 잿더미가 됐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문화재 DNA(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에도 ‘DNA’가 있다. 그건 해당 문화재의 정밀 실측도면을 통해 유지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숭례문은 182장에 달하는 정밀 실측도면을 남겼다. 이게 없었다면 그나마 정확한 복원은 생각지도 못할 뻔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도면 속의 나무와 이음새, 그 사이의 공기 흐름, 천장과 기와의 간격, 그 속에 머무는 공기층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해당 문화재의 DNA를 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목조 문화재의 소방법도 철저하게 ‘DNA의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주목받는 사진이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高野山)에 있는 사찰인 단상가람(壇上伽藍) 어영당(御影堂)의 수막 시스템이다. 사찰 주위에서 뿜어올리는 수막 시스템의 물줄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게 1965년에 세운 시설이다. 네티즌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시설이 없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숭례문 같은 한(옥)식 건축물은 또 다르다. 지붕에 기와가 얹혀 있기 때문이다. 기와는 기본적으로 방수시설이다. 비를 막듯이 소방차의 물줄기도 막아낸다. 반면 일본 목조건축물은 대부분 지붕이 나무나 풀로 엮여 있다. 우리 전통 ‘문화재 DNA’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문화재 DNA’ 확보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재청에 등록된 전국 중요 목조 문화재는 모두 145개. 국보급이 23개, 보물급이 122개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정밀 실측도면을 작성한 문화재는 52개에 불과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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