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숭례문 강제로 모금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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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제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3일 진화에 나섰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간사단 회의에서 “어제(12일) 당선인이 말한 본의가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당선인의 본의는) 국민 하나하나의 정성을 모아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스스로 동참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은 인상을 줬지만 정부가 강제적으로 모금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 위원장은 “숭례문 복원은 정부 예산으로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책임과 원인을 규명하는 대책이 제대로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상처 입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정 운영을 준비하는 인수위 입장에서도 역사와 국민 앞에 반성과 성찰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은 12일 인수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 예산보다는 국민이 참여하는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게 의미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제안이 알려지자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실관리로 생긴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반대 여론이 크게 일었다. 또 “서울시장 시절 남대문을 개방했던 이 당선인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엉뚱한 이벤트를 벌이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모금 제안으로 국민의 마음을 재차 상하게 한 데 대해 사실상 사과하면서 정부 차원의 모금 계획을 하루 만에 거둬들인 것이다. 이 당선인도 반대 여론에 대해 보고받은 뒤 “관 주도로 모금운동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위의 태도 변화에도 예비 야당에서는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강금실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당선인은 문화재청 반대에도 억지로 숭례문 개방을 밀어붙였던 장본인으로 성금 모금을 말할 자격이 없다” 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모금 제안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평화의 댐’ 모금과 같은 동원정치이고 전시행정”이라며 “이 당선인은 지금 당장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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