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서 영화 찍는다-오덕환감독 "장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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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분단 50년,금단의 땅으로 남겨진 비무장지대(DMZ)에서 처음으로 평화와 남북화해를 염원하는 영화촬영이 추진되고 있다.빠르면 다음달 중순 촬영에 들어갈 영화는 『장벽』.비무장지대에서수색중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남북의 두 병사가 상 대방을 이해하게 되지만 양측의 수색대에 발각돼 사살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두병사의 시선을 통해 남북의 동질성 회복과 휴머니즘에 바탕한「화해」란 강력한 메시지를 띄운다는 것.
구체적인 촬영계획에 앞서 지난 21일 오덕환감독과 원작자 김중태씨가 중부전선 ○○부대로 헌팅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두사람은 『이 영화는 가시적인 철책의 장벽보다 분단의 현실에 안주해 몰이해로 치닫는 마음속의 장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또 두사람은 『원시림 속에서 뛰노는 야생동물들,자유로이 날아드는 철새들,그속을 목 숨 걸고 남북의 병사가 행진하는 광경을 보게 되면 온겨레의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이 영화는 소설가 김중태씨의 『장벽』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제작은 동아수출공사(대표 이우석)가 맡게 됐다.
『지구상에서 이곳만큼 이질적인 곳은 없습니다.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엄존하는데도 표면적으로는 가장 평화로운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평화롭게 뛰노는 노루와 산토끼,방치됨으로써 오히려 청정지역으로 보존된 자연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오감독은 『이영화의 두 주인공이 가지는 적대감과 우정,경계와 이완의 이중성을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실제로 비무장지대에서 촬영을 해야되겠기에 국방부에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전방지역에서의 촬영협조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7일 국방부 정훈과에 제출된 촬영계획서에는 촬영지가 중부전선 ○○부대로 돼 있다.남쪽으로 강물이 흐르는 지역으로 산사이에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사람키보다 큰 억새풀들이 우거진 곳이다. 전방 장병들에 따르면 국내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독수리가 하루에도 몇차례씩 날아다니는 지역이다.오감독은 이곳 비무장지대에서 6~7장면(15분정도)촬영할 계획이다.민간인의 출입이통제되는 곳이므로 물론 엑스트라는 국방부의 승인하에 군인들을 엑스트라로 동원한다는 콘티도 짜놓았다.
동아수출공사와 오감독은 『국방부가 촬영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영화계는 『장벽』이 성공리에 촬영된다면 이는 통일염원을 형상화한다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분단 50년 동안 사람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던 비무장지대에 대한 최초의 영상리포트가 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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