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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21>3.정보화시대의 교육-가상대학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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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식의 폭증과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에 교육은 어떻게 대처할것인가.국가경영전략연구원.中央日報社.MBC가 공동주관하는 『대전환 21』연중기획은 제1주제(교육)로 「교육체제 바꾸자」에 이어 「정보화 시대의 교육」을 다룬다.각계 전문 가가 참여한 세미나를 통해 도출된 정보화 시대 교육의 대전환을 송한식(宋漢植.동아대 경영학과)교수의 대표집필로 싣는다.아울러 핵심 쟁점에 대한 다른 의견도 소개한다.
[편집자註]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식을 책으로 엮는다면모두 몇권이나 될까.인류 출현후 1980년까지의 지식을 한권의책으로 엮는다면 80년부터 87년까지에는 그만한 책이 두권,그후 94년까지 7년동안에는 그 두배에 달하는 네권이 된다고 한다.이렇게 지식은 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그 이유는 일하는데온갖 것이 다 지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식의 폭증과 함께 사람이 하는 일도 달라지고 있다.직장에서정형화된 일상업무는 대부분 컴퓨터로 처리한다.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일을 하게 된다.창의력을 동원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암기식 공부,정답 찾기의 수동적인 공부에 익숙한 사람은「일」에 부닥쳤을 때 당황하게 된다.이렇게 일이 달라짐에 따라 학교에서도 지식을 쌓기 보다 주어진 과제에 적합한 지식을 찾아「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절실 히 요구되고있다. 이러한 훈련은 학습자료와 지식의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가능하게 되었다.백과사전이 멀티미디어로 제작되고 지식이 인공지능 기술과 시뮬레이션 기술로 달리 표현되고 있다.또「학습하는 과정」을 변형해놓은 지능형 학습 프로그램(코스웨어)도 생겨나고있다. 학교에서 교사의 강의에 의해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방식은정보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강의식 지식 전달보다「과제 중심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 필요하다.과제 중심의 학습은 학생이 스케줄에 따라 논술형 문제등 부과된 과제를 해결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학습과제를 해결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을 줄 알고 창의력과 상상력을키우는 것이다.교사의 일 또한 가르치는 역할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과제의 개발과 학습자료의 구비가 필요하다.실제로 일본의「홋카이도(北海道)정보대학」은 교양과목과경영학.정보학 관련 과목을 60개나 학습용 코스웨어로 개발해 과제 중심의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이러한 지식은 복제가 용이하고 컴퓨터통신망을 타고 이전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이제 학습은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네트통신망은 새로운생활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통신망에서 일하고,생활하고,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다.인터네트를 통해 컴퓨터 저작물,학술지의 논문,책의 한부분,비디오 자료등을 사용할 수 있 고 통신망을 통해 상호접촉하며 공부하고 가르칠수 있게 된 것이다.그야말로「지능적인 가상의 생활공간」(사이버 스페이스)이 만들어지고 있는것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가장 재미를 볼 사람은 지식사업팀이다.美하버드대학의 뉴미디어그룹이라는 지식 사업팀은 경영학 학습프로그램을 CD롬으로 개발하고 있다.장차 우리나라의 대학 강의실에서는 물론 안방에서까지도 멀티미디어로 하버드대학의 경영학공부를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이러한 학습프로그램들이 정기적으로 공급되어 사이버 스페이스의 가상대학(Virtual University)이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가상대학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재정적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가상대학을 만들어 2000년 이내에 한국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할 것이다.
이처럼 학습자료가 증가하고 가상대학이 등장,교육기회가 확대되면 우리의 교육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단적으로 우리의 교육을외국의 명문대학,유명지식 사업팀에 빼앗기게 될 우려가 있다.
이제까지는 교육이 학력.학벌등의 단순한 정보에 의존하거나,아니면 시험을 통한 선발 중심이었다.그러나 정보시대에는 일이나 공부하는 것이 과제 중심으로 바뀌게 되므로 지식의 축적량을 가지고 선발하는 것보다 어떠한 과제(일)를 수행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있느냐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또 사회의 정보처리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개인의 능력에 대해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따라서 정보시대의 교육은 분야별로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정보를 마련해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예를들면 토플이나 토익시험 제도는 영어능력에 대한 훌륭한 평가제도다.또 그 점수들은 훌륭한 평가정보다.
분야별 평가제도의 기능은 문제은행에서 출제되는 평가시험의 점수,과제 수행의 결과물,연구논문 등에서 다양한 평가정보를 마련하는 것이다.예를들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 10년간 일한 내용을 모아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 다.또 우리사회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각종 자격시험.국가고시등을 법학.
공학.경영학.인문학등에서 더 세분된「분야별 평가제도」로 대체할수도 있다.이렇게 되면 한날 한시에 한자리에 모여 시험치고 선발하는 일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분야별 평가제도는 실제로 필요한 지식 내용에 대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날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또 평가과제를 개발하고 학습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식창출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게 한다.
분야별 평가제도는 학력과 학벌이라는 간판따기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동기를 유발하기도 한다.대학 입시로향한 노력을 전문분야별 노력으로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대학의 입구에서 국어.영어.수학 점수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출구에서 분야별로 우수한 평가를 획득하기 위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도록 바꾸는 것이다.

<송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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