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의 발 물집은 ‘독일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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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테니스 데이비스컵 본선에서 독일의 ‘잔머리’에 한국 에이스 이형택(32·세계 46위)이 큰 고통을 겪었다.

이형택은 지난주 독일과의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회전 단식 두 경기에서 무려 6시간33분을 뛰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세 차례나 달린 셈이다. 10일 경기 중엔 발바닥에 큰 물집이 잡혀 트레이너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살이 찢기는 고통과 체력 부담으로 두 번째 경기를 내준 뒤 이형택은 서러운 듯 눈물을 훔쳤다.

이형택의 부상은 경기가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탓이 크다. 공에 실린 파워를 흡수하는 클레이코트의 특성상 랠리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클레이코트에선 좌우로 빠지는 공을 쭉 미끄러지면서 치기 때문에 발에 굳은살이 박인 선수도 배겨 내기 힘들다”는 것이 삼성증권 이상윤 코치의 말이다. 더구나 3세트를 따야 하는 데이비스컵은 장기전이 일반적이다.

독일이 노린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전영대 한국 감독은 “독일로선 이형택만 잡으면 된다고 판단한 듯 싶다. 하드코트 성적이 좋은 이형택을 견제하고 체력 소모까지 유도하려고 클레이코트를 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회 규정상 홈 팀이 코트 결정권을 가진다.

독일은 다음 상대인 스페인전은 하드코트를 골랐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데다 라파엘 나달(세계 2위), 토미 로브레도(세계 19위) 등 클레이코트의 고수가 많아 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 수정인 것이다.

한편 이형택은 이번 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오픈13 대회에 출전하고, 다음 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SAP오픈에 참가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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