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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커피 대신 초콜릿 스타일을 마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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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떤 곳에서 무슨 음식을 먹든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 초콜릿 카페에 간다고 하면 그건 좀 더 특별해 보인다. 홍대 앞 카카오봄의 수제 초콜릿(上). 압구정동 디 초콜릿 커피 전경(下). [디 초콜릿 커피 제공]

☆별다방에 지친 20대 여성들 특별한 맛집‘초콜릿 카페’

어디서건 걸어서 5분이면 마주칠 수 있는 각종 고급 커피 전문점에 싫증이 나지는 않는지. 게다가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이 왠지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당신을 위해 초콜릿 카페를 소개한다. 선물용 초콜릿을 잔뜩 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카푸치노를 시키듯 핫 초콜릿 한 잔을 주문하고 느긋하게 마시면 된다. 어디서 무얼 마시든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누군가 초콜릿 카페에 간다고 하면 그건 좀 더 특별해 보인다. 적어도 20대 여성들은 그렇게 받아들인다.

#스타일을 마시는 곳, 초콜릿 카페

10일 초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속칭 로데오 거리. 쌀쌀한 날씨 탓에 평상시 북적이던 인파도 부쩍 줄어 있었다. 그러나 유독 한 가게만은 북적인다. 2층짜리 고급 커피 전문점 같은 외양이지만, 고객들은 좀 유별나다. 커피 전문점 고객들에 비해, 차림새에 더 신경 쓴 눈치다. 잘 알려진 연예인도 몇 명 눈에 띈다. 이곳 ‘디 초콜릿 커피’(De Chocolate Coffee)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후, 강남 일대에서도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 곳을 찾는다는 박지은(30)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으레 약속 장소로 정했던 커피 전문점에 질렸다는 답부터 돌아온다. “새로운 느낌을 찾아 오는 거죠.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할 거예요.”

새로운 느낌이란 구체적으로 뭘까? 막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 초콜릿 팬 카페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ID ‘슈가스타04’는 ‘널찍한 공간과 부드러운 수제 초콜릿, 여기에 스타일리시한 남녀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초콜릿 카페는) 단순히 초콜릿을 먹는 곳이 아니라 예술적 공간으로 느껴진다”고 평했다. 지금의 초콜릿 카페는, 트렌드세터가 집결했던 도입 초기의 스타벅스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초콜릿 카페에서는 초콜릿을 마실 수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핫 초콜릿이든 초콜릿 바든 기존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인스턴트 제품에 물만 타거나 식물성 지방이나 설탕을 잔뜩 써서 만든 제품이 아니다. 카카오 가루와 카카오 버터, 설탕을 넣어 하나씩 손으로 만든 것들이다. 핫 초콜릿은 커피 전문점의 에스프레소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다. 초콜릿 바는 슈퍼마켓에서 흔히 판매되는 대량 생산 제품에 비해 훨씬 비싸다. 물론 초콜릿 카페에서는 커피도 판다.

초콜릿 카페라고는 하지만, 커피 전문점처럼 제품이나 장소, 인테리어가 통일된 것도 아니다. 서울 홍익대 앞 초콜릿 카페들은 강남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큼지막한 간판이나 조명도 없다. 대부분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서 목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문전성시다.

가게마다 한명 이상씩 전문 쇼콜라티에(chocolatier)가 상주한다.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의 프랑스어인 쇼콜라에서 파생된 용어로, 초콜릿 공예가 또는 초콜릿 장인을 뜻한다. 이른바 홍대 앞 미술학원 골목에 위치한 ‘쇼콜라윰’의 쇼콜라티에 김유미(31)씨는 자신의 가게를 ‘초콜릿 갤러리’라고 부른다. 예술가처럼 개성 넘치는 초콜릿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 초콜릿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마치 와인이 그렇듯, 초콜릿도 하나의 문화다. 우리나라도 점점 초콜릿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게 느껴진다” 고 자신한다.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초콜릿을 찾아서

초콜릿 카페 열기는 이제 수도권 일대에서 막 발화됐다. 그렇다고 기존의 트렌디한 맛집처럼 강남에만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초콜릿 카페는 오히려 강북 지역에서 성업 중이다. 초콜릿과 함께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내오는 홍대 앞 쇼콜라윰과 제주도 초콜릿 박물관의 분점인 경복궁역 인근의 초콜릿 캐슬이 이름난 곳이다. 강남 일대에서는 프랑스 풍을 지향하는 가루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여기에 주요 호텔 레스토랑들도 종종 초콜릿 뷔페 행사를 열어, 초콜릿 카페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초콜릿 카페가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커피 전문점처럼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릴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제 초콜릿이 고급 커피처럼 선진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대량 생산 제품에 싫증을 내는 고객들은 점점 더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춘 특별한 제품을 원하게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초콜릿은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런 예측이 맞는다면, 앞으로 발렌타인데이에는 반짝 선물 대신 직접 만든 초콜릿이 새로운 유행이 될 지도 모른다. 

글=이여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달콤함을 찾는 것은 본능 애·어른이 따로 있겠나"
초콜릿 전문가 고영주 쇼콜라티에

-지금 당신은?

“초콜릿을 가공하는 쇼콜라티에다. 초콜릿의 왕국 벨기에에서 1년간 배우고 왔다.” 

-자격증을 딴 건가?

“자격증은 없다. 일종의 장인 제도다. 우리나라 베이커리에서 자격증보다 현장 경험과 경력을 중요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초콜릿만 1년 동안 가르치는 과정은 벨기에에만 있다. 이 과정을 밟은 사람은 나 외에 한국에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콜릿 왕국이라고?

“벨기에는 초콜릿을 법령으로 지정해 가공할 만큼 초콜릿에 정통한 나라다. 사실 서양에서는 초콜릿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다. 마치 커피처럼. 요즘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초콜릿을 문화라고 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초콜릿을 통해 세대가 화합할 정도면 문화 아닌가. 젊은 친구들이 한번 와보고 부모를 모시고 온다. 그 부모들은 처음에 ‘초콜릿은 애들이나 먹는 것’ ‘왜 이렇게 비싸냐’라고 투덜대며 따라왔다가도 자신들의 노부모를 모시고 다시 오더라. 등산 가기 전에도 많이들 들른다. 달콤함을 찾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진짜 초콜릿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카카오버터만을 이용한 진짜 초콜릿의 단맛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텁텁하지도 않고 이빨 사이에 남지도 않는다. 우아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실크 같은.” 

-살찌지 않나.

“설탕이 들어가기 때문에 과하게 섭취하면 안 되지만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 카카오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의 효능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지 않나. 또한 초콜릿 자체는 중독성도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일이 밸런타인데이다.

“여자들 씀씀이가 참 큰 것 같다. 1년 매출이 이날에 다 집중된다. 우리 가게 물량이 14일까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새벽부터 줄 서있는 여성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남자들이 화이트데이에 보답하는 것에 비하면 참 대조적이다.” 

이여영 기자

*고영주씨는 건국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벨기에에 머물며 피바호텔스쿨(PIVA Hotel School)에서 초콜릿 전문가과정을 마쳤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베이커리 초콜릿 전문가로 일하다가 2003년부터 벨기에 전통 초콜릿 카페 카카오봄(Cacaobo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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