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5TREND] 얼굴 고치는 게 뭐 어때 ? ‘성형 당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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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535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하반기였다. 당시만 해도 이 말은 ‘386세대’라는 단어와 달리, 금방 사라질 운명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 25~35세 여성들의 정체성은 예상보다 강했다. 1990년대 이후 대학을 다닌 이들은 정치적 자유를 마음껏 누린 반면 외환위기를 몸으로 겪었다. 사랑도 소비의 대상인 이들은 자기가 벌어 자기가 쓰는 것을 긍지로 삼는다. 시장과 문화 산업의 소비 주역으로 부상한 2535세대는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이다. 개성적이며 동시에 몰개성적인 이들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의 ‘속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성형 모델 대회서 1등

지난해 조수정(사진)씨는 자신에게 새겨질 ‘주홍글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했다는 전통적 굴레이든, 성형 미인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낙인이든, 그에게는 상관없었다. 그 후 그는 한 달여에 걸쳐 대대적인 성형 수술을 했다. 쌍꺼풀 수술과 턱 돌출 수술을 했다. 콧대도 조금 높였다. 평평한 이마에는 허벅지에서 빼낸 지방을 주입했다. 빈약한 가슴도 식염수 팩으로 보완했다. 내친 김에 지난해 11월에는 성형 모델 대회에 나가 1등에 입상했다.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이 주최한 1회 대회였다. 부모는 아예 광고를 하고 다니라며 역정을 냈다. 게다가 대회 직후부터 네티즌들은 조씨의 미니홈피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격려성 글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뻐 보이려고 별짓을 다한다는 비난이었다. 그러나 조씨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한 일이 아니다. 스스로 예쁘다고 느끼고 싶어서, 내가 결정한 일이다.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병상에 누워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그렇다고 그가 대단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조씨는 2002년 수퍼모델 대회에 참가해 입상했을 정도의 공인된 미인. 새롭게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는 조금씩 방송 활동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남들 시선에 신경 안 써

성형 수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2535세대의 역할은 남달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들은 성형 수술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보다는 긍정적 인식이 더 강한 최초의 세대다.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성형 수술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세대보다도 자신에 대해 당당하다는 2535세대가, 성형 수술을 이렇게 호의적으로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성형 수술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남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에 성형 수술을 하기도 했고, 반대로 꺼리기도 했다. 그러나 2535세대의 거의 유일한 기준은 자기 만족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국광식 원장(성형외과 개원의협회 홍보 이사)은 “성형 수술을 원하는 환자에게 ‘지금도 예쁘셔서 수술 안 해도 되겠는데요’라고 말하면, 젊은 미혼 여성들 상당수는 ‘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라고 답한다”고 말한다. 이 세대의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성형 수술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젊은 미혼 여성들 상당수는 자신의 외모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목숨 걸고 다이어트

경제적 독립을 이뤄가는 2535세대는 자신의 힘으로 수술비를 마련한다는 점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국 원장은 “명절이나 연말·연초가 되면 성형 수술 희망자들이 몰리는 것은, 이때가 연휴 기간인 데다 목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성과급이나 보너스 성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2535세대가 다이어트를 일상처럼 여기는 것도 자기 만족을 위한 외모 관리를 위해서다. 다이어트에 대해서 조씨는 “내 외모를 의식하게 된 사춘기 이래 단 한 번도 다이어트를 생각해 보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토로한다. 인터넷상에서 번성하는 각종 성형 수술과 다이어트 관련 사이트에는 묘하게도 비슷한 슬로건을 내건 곳이 많다. ‘얼굴이 힘이다’. 성형과 다이어트 공화국이란 비아냥 속에서도, 자신을 위한 힘을 기르려는 2535세대의 도전은 끝이 날 기미가 없다.

글=이여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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